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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E Jul 01. 2020

온전히 불완전한 삶

헤르만 헤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선택의 순간은 하루에도 수 없이 찾아온다. 질서 없이 뻗어있는 갈래길에서 우리는 '하나의 선택'을 요구받는다.


오늘은 아침을 먹지 않기로 '결정'했고 점심은 가볍게 산책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오늘은 요가 수련을 기어코 가야겠다는 '결정'을 했고 바람이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밤에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내일은 또 다른 기로들에 서게 될 것이고 또 다른 선택을 하며 다시 오지 않을 내일을 살아낼 것이다. 그렇게 하루들을 켜켜이 쌓는 작업들을 해 나가는 각자의 삶들이 있다. 그리고 '각자'의 삶들은 그 각자의 모습대로 빛난다. 인간이기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다양한 것들 중 그 누구도 쉽게 시비(是非)를 판가름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일 수도 있겠다. 완벽할 수 없고 온전히 불완전한 삶은 그 존재만으로 가치 있고 의미 있다. 우리는 영원히 부유할 것이고 끝없이 분열할 것이다. 망망대해에 위태로이 떠 있는 수많은 쪽배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스스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아갈 것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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