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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기동 사적식사 Mar 04. 2019

50년이 된 그릇들

오래된 그릇의 무게감

몸이 편찮으신 외할머니가 이사하시면서 물건 정리할 때 그릇 한 세트를 챙겨 왔습니다.

어머니 결혼 전에 사셨다니 얼추 50년이 된 그릇들입니다.

오래된 그릇이 뿜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생김새라는 게 참 재미있어서 촌스러움이 첨단이 되었다 그 반대가 되기를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특히나 집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생활의 힘을 묻혀 낸 오래된 그릇들은 갓 구워져 나온 그릇들이 흉내내기 힘든 무게감이 있습니다.

저는 그 무게감은 기분 탓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이든 그릇이든 마음을 담고 힘을 쏟아온 내력이 축적되면 발산하는 기운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월을 정면으로 맞닥뜨리신 외할머니와 달리 세월을 비껴난 듯 반질거리는 그릇을 정리하며 한참을 만지작 거렸습니다.

외할머니는 돼지 수육을 정말 기가 막히게 삶으셨습니다. 이 그릇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느낌의 얇은 접시에 내어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외할머니가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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