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단골 보이찻집이 이사를 합니다
10년이 훌쩍 넘은 저의 단골 보이찻집의 이사
저는 잠실 근처에 있던 첫 매장에 처음으로 차 마시러 들어갔던 일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초겨울 즈음 매장 유리창에 김이 잔뜩 서려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기묘한 풍경, 도대체 뭘 하는 곳인가 싶어 몇 주를 지켜보다 퇴근길에 아내와 함께 들어간 게 제 보이차 입문의 시작이었습니다.
첫 만남에 우려주신 흙내음 잔뜩 서린 진년노산차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때 그 차는 지금도 제 몸과 마음 속에 일종의 ‘보이차 초기값’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가 10년 간 목도한 바, 직업적으로 차 우리는 일은 상당한 중노동입니다. 10년을 넘게 동일한 노동을 마음 담아 반복하시니 요즘의 차에는 그 내공이 오롯이 담겨 있음을 느낍니다. 하긴 10년 전의 차와 지금의 차가 같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겠지요.
그 찻집이 두 번째 이사를 합니다. 매장이 커지고 더 쾌적한곳으로 간다니 제가 기분이 좋아집니다. 팽주님이 손때 묻히고 차 우려 나가시면 더 차분하고 멋스런 공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팽주님 머리가 예전보다 희끗하고 저도 전에 없던 흰 머리가 몇 가닥씩 납니다. 처음 찻집에 들렀을 때 세상에 없던 아이 둘이 9살, 7살이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좋은 차 권해주시고 우려주심에 새삼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