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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네 Apr 27. 2023

기꺼이 이기고야 말았습니다

we also ought to love another





11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12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어지느니라

13 그의 성령을 우리에게 주시므로 우리가 그 안에 거하고 그가 우리 안에 거하시는 줄을 아느니라 (요한일서 4장 11-13절)


11 Dear friends, Since God loved us, we also ought to love another

12 No one has ever seen God; but if we love one another, God lives in us and his love is made complete in us.

13 This is how we know that we live in him and he in us: He has given us of his Sprit (1 Jonh 4:11-13)




남편과 싸웠지만 나는 나와 싸운다. 지독한 나와의 사투, 몸부림치며 기어코 참아내는 중



4월의 말씀은 요한일서 4장 말씀이었다. 남편과 한 달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구절을 정하고 외우기를 하고 있는데 이번 달은 남편이 정하는 차례였다. 어떤 일을 할 때 한 사람만 주도적으로 움직이면 다른 한 사람은 시켜서 한다는 수동적인 태도가 되기 쉽다. 하지만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함께 하면 우리가 하는 일이 되어서 너의 일, 나의 일로 구분 짓지 않고 협력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노력의 과정을 함께 하는 우리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 더불어 남편과 하나님의 교제 가운데 그에게 주신 말씀을 나도 같이 나눌 수 있게 돼서 남편의 마음을, 남편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보다 깊이 알아가는 기회가 된다.





4월 초, 금요일 저녁이었다. 신나게 치킨을 먹으며 남편과 자잘한 다툼이 있었다. 왜 다퉜는지, 무엇 때문에 말씨름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별거 없는 일에 감정을 내세웠지만, 결국 둘 다 마음이 상했다는 거다. 웬만하면 져주는 남편이 그날따라 져주지 않는 것이다. 계속해서 서로의 말에 꼬투리를 잡고 늘어질 뿐이었다. 웬만해서 지지 않으려는 나는 그날따라 져야만 한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참자..!’


쏘아붙이고 싶었던 더러운 말들을 삼켰다. 참고 삼킬수록 목이 메고, 가슴 한 중앙에 가시가 박히듯 콕콕 쑤시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내 안에 오물들이 흘러넘칠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참자.'


숨 막히는 정적과 고요함 가운데 내 심장은 요동쳤다.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감정들, 입 밖으로 나오면 오물이 되어 버릴까 덜컥 겁이 났다. 휴대폰을 들고선 나와의 채팅을 켰다. '지는 게 아니라 이기는 싸움을 하는 거다.', 이기는 건 더 큰마음을 갖는 거다!', '더 넓고 더 깊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이기는 거다!' 하지만 다른 쪽에선 ‘나 웬만해서 말로 지지 않는 사람인데, 온갖 나쁜 말로 저 사람 아프게 할 수 있는데.. 해버릴까!’ 내 안에선 두 개의 마음이 전쟁 중이었고 1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그날 새벽, 나는 자다가 일어나서 전날 먹은 치킨을 모두 토해냈다. 남편과의 다툼, 상처, 내 안에 전쟁으로 일어난 더러운 감정의 찌꺼기까지 모두 게워냈다. 남편과 싸웠던 일보다 나는 나와의 사투가 더 버거웠을 것이다. 져주지 않은 남편이 조금은 밉기도 했지만, 사랑하는 남편한테 그깟 말싸움 져주는 게 뭐라고 스스로 분에 못 이긴 내 자신이 가여웠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기고 지는 건 아무런 의미 없다는 걸 온몸으로 경험해야 했다. 모든 오물을 흘려보내고 나서 변기를 붙잡고 일어서려니까 눈물이 줄줄줄 흘렀다. '내 안에 더러운 것들이 가득했다니.. 이런 마음으로 내가 누구를 사랑하겠다고.. 사랑하는 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는 거구나.. 근데 너무 힘들고 억울한 것 같아...’



육신이 꺾이는 고통이었다. 나는 내가 너무 소중해서, 나의 옳음을 꺾어야만, 내가 죽어야만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수 있는 일이어서. 다음 날 남편에게 말했다. ‘오빠도 알다시피 나는 말로 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무슨 말을 해서라도 오빠를 꺾을 수 있었고, 온갖 상처를 다 주고 그 싸움을 끝낼 수 있었다고.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져주기로 했다고, 사실은 내가 이긴 거라고. 사랑하는 거니까 져주는 거고, 사랑하니까 이긴 거라고.’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처음으로 내가 져야겠다고 다짐했고 해냈다. 남편은 매번 꺾이는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고 나를 사랑해 주려고 노력했겠구나, 착한 남편 많이 사랑해주고 싶다.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겠지. 사랑의 말씀이 있어서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다. 하나님이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에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했고 사랑할 수 있었다. 내 안의 사랑도 하나님 덕분, 내 안에 온전함도 하나님 덕분, 사랑이신 하나님. 나의 삶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사랑하기 때문에 기꺼이, 마땅히, 당연히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다짐을.. 매일매일 하는 중이다. 여전히 내가 옳다고, 내가 이기고야 말겠다는 발악하는 나의 자아와 사투하며 나는 틀리고 남편이 맞다고, 악은 틀리고 사랑이 옳다고 믿으며 기어코 사랑하게 되더라. 기꺼이 사랑으로 승리하고야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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