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 보았다
-고은-
노 젓기를 잠시 멈추고 돌아다 보아도 될 텐데, 잠시 멈추는 게 그게 그렇게 잘 안됩니다. 결국 병이 들어서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뒤를 돌아봅니다. 어떻게든 수습하려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보고 두 손 두 발 들고서야 뒤를 돌아봅니다. 산산조각 난 유리잔처럼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되어서야 뒤를 돌아봅니다. 이러다가는 늙어서 더 이상 불러주는 곳도 갈 곳도 없는 신세가 되어서야 뒤를 돌아보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2021년도 열심히 노를 저었습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심지어 어디로 가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쉬지 않고 노를 저었습니다. 더 빨리 더 빨리. 한 살을 또 먹어야 하는 궁지에 몰려서야 잠깐 멈추고 뒤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아마도 2022년의 새해가 밝으면 다시 정신없이 노를 젓겠지요. 포근한 안식의 땅에 닿게 될지 시커먼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