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자게와 전장연 시위
나는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식개선을 하는데 관심이 많다. 결국, 더불어 살려면 다수인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서울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전장연 시위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처음에는 지연되는 지하철에 짜증이 났다. 그런데, 그들의 사연을 보도한 기사들을 읽으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휠체어 장애인들이 공부나 일을 위해 이동할 때 비장애인이 1시간도 안 걸릴 거리가 그들에게는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장애인 콜택시, 저상버스가 부족하고, 지하철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면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어쩔 땐 지하철 휠체어 이동대에서 떨어져 사망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서, 20여 년간 이동권 개선을 위한 요구해왔는데, 개선된 것이 없어 서울 지하철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출퇴근 시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다 보니 30분에서 1시간 정도 늦어 지각을 한 적도 많다. 화섭 씨도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한다.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일찍 나가 북한산 우이선-2호선 경로로 돌아서 간다고 한다. (참 이런 건 잔머리를 잘 굴린다.) 나도 시위 일정을 알면 화섭 씨를 따라 우회하며 지내왔다. 한편으로는 누군가 전장연의 20년간의 한을 공감해주고, 긴 시간이 걸려도 개선해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정치인이나 행정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또한, 서울시내 이동권이 힘든 이유로 인구가 지나치게 밀집되어서 같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출퇴근을 한다. 일자리는 서울에 몰려 있으니 서울은 복잡하다. 이런 와중에서 비장애인들에게 마음의 여유가 안난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배려하려면 마음의 여유가 나야하는데, 그런 환경이 못되는 것이다. 외국처럼 장애인들이 배려받으려면, 내 의견은 인구가 분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자리가 지방에도 많이 생겨야하고, 명문대도 지방으로 이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변화는 쉽게 빨리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주에 본 뉴스는 서울시에서 시위하는 역을 무정차하겠다는 것이다. 장애인 가족으로써 제일 힘든 건 무관심과 소외다. 이런 결정은 더 소외감을 느끼게 만드는 거라 안타까웠다. 이 나라 리더십이 이렇게 약자를 품지 못하는가!
이러던 와중 가끔 가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서 따뜻한 글을 읽게 되었다. 장애인 2명이 다니는 회사 직원이 쓴 글이다. 그 둘은 이 직원을 대장이라고 부르며 잘 따른다고 한다. 항상 웃으면서 일하는데, 어느 날 출근을 안 하더란다. 알아보니 어머니께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신 것. 사정을 알게 된 사장님이 2주간 휴가를 주고 배려해줬는데, 이 친구들이 출근을 안 하니 허전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에 달린 댓글들이 따뜻해서 감동받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 친구들의 일상을 염려하는 글까지 있었다.
https://www.ddanzi.com/free/758520681
딴지일보 자게 별명 당근케이크 입니다. 제가 쓴 글입니다.
나는 오랜만에 글을 올렸다. 내 소개를 하고, 장애인이 직장에서 일을 하려면 비장애인들의 기다림과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여러분들의 반응을 보니 점점 그럴 수 있는 문화가 되는 것 같아 감동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내 소망을 덧붙였다.
우리나라가 한류나 문화강국뿐 아니라 장애인 인권문화 강국이 되는 날을 제 눈 감기 전에 꼭 보고 싶어요.
이 대목을 쓰는데 순간 울컥했다. 어떤 말을 하는데, 몸이 반응한다는 것은 이 말이 진심이라는 뜻이었다. 내 글에 대한 댓글 반응도 장난이 아니었다. 난 사실 그동안 인터넷 게시판에서 주목받는 글을 많이 써왔다. 그런데, 이 같은 반응은 처음 받아보는 것 같다. 추천을 위해 로그인했다는 댓글과 감동받았다는 글들. 따뜻하면서 짠하다는 반응이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도 댓글을 달아주셨다. 어떤 아버지는 아이 셋을 키우는데, 둘째가 장애가 있다 한다. 그런데, 다른 자녀가 둘째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하셨다. 나는 결혼을 포기한 게 아니라 결혼이 적성에 안 맞아 선택 안 한 거라 했다. 지금이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아직도 결혼을 해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요즘처럼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있는 사회에서는 각자의 개성에 맞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게 좋다. 행복의 모습이 다양한걸 점점 더 이해받으리라 생각된다.
어쨌든 행복한 금요일이었다. 전장연의 일도 발전되는 과정 중에 있는 사건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