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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Jul 23. 2022

우영우가 일으킨 신드롬과 인식의 확장

화섭씨는 스스로의 장애를 어떻게 생각할까?

요즘처럼 뉴스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많이 나온 적이 없는것 같다. 바로 우영우 신드롬이라고도 불리우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때문이다. 각종 인터뷰에서 다양한 자폐인들도 등장한다. 나는 자폐 스펙트럼 3급 가진 화섭씨의 누나이지만, 3급이 일상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단계이고, 1급과 2급은 도움이 필요한 단계라는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자폐 스펙트럼 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스펙트럼이 너무 넓고 다양하다. 자폐처럼 사회성이 부족하고 감정을 인지하는데 힘들지만, 지능은 높은 아스퍼거까지 자폐 스펙트럼에 넣다보니 보여주는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때로는 말을 너무 잘해서 자신의 장애에 대해 인터뷰까지 하는 자폐인도 보게 된다. 우리나라에 박사학위까지 따고 교수까지 된 분도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내 인식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장면은 우영우가 첫 변론 하기전에 자신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었다.


"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어눌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법을 사랑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마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남의 말을 따라하는 반향어를 한 후 시니어가 그게 뭐냐고 물어보자 스스로를 설명한다.


"남의 말을 따라하는 반향어는 자폐 스펙트럼의 증상중 하나입니다."


자폐는 남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장애이다. 남에게 내 상태를 설명하려는 욕구가 없다. 그저 자신의 관심사를 표현하고, 욕구를 전달하는 말만 동생에게 들어온 나는 동생도 우영우처럼 자신에 장애에 대해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평생 안한 질문을 해봤다.


"화섭아, 요새 하는 우영우라는 드라마 알아?"

"응, 알아. 버스에서 선전하는것 봤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이야기야. 화섭이도 장애가 있잖아. 무슨 장애야?"


사실 우리집에선 장애 란 단어는 금기어였다. 하지만, 이제는 편하게 쓰고 싶은 단어가 되고 싶었다. 코끼리가 방안에 있으면 코끼리라는 단어를 써야한다. 정확히 말해야 편안해진다.


"지적?"


화섭이의 대답. 스스로를 그렇게 알고 있구나.


"화섭이도 우영우처럼 자폐 스펙트럼 가지고 있어. 화섭이는 지적은 아니야. 똑똑해서 경품응모도 하잖아."


"아, 그래~"


하고 넘어간다.  이 질문을 하며 내가 화섭이에 대해 모르는 분야가 있다는걸 알게 된다. 어쩌면 편견을 가졌을 수도 있고. 화섭이는 확실히 남에게 관심이 없다. 하지만, 남과 교류는 하고 싶어한다.


지인의 소개로 안국역 북촌 근처에서 오천원 이발소를 알게 되었다. 더운걸 못참아 짧은 머리를 좋아하는 화섭씨에겐 안성맞춤인 곳이다. 예약을 정기적으로 하고 이발 하는걸 즐긴다. 어느날, 인터넷으로 에어프라이기를 주문했다. 이 이발사가 아기를 낳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물로 주고 싶어 샀대나. 이 에어프라이기는 화섭씨가 최근 경품응모로 받은 것이다. 본인이 한번 써보고 좋아서, 샀대나. 얼마나 이발사가 친절하고 좋으면 남인데 자발적으로 선물까지 할까 싶어 물어봤다.


"화섭아, 이발사에게 왜 선물 샀어?"

"아기를 낳았다고 해서."

"이발 잘해줘서 고마워서?"

"글쎄..아~ 아~ 몰라. 그만 질문해."


역시 본인의 감정을 알고 표현하는건 어려워 하는구나. 그래도 세상과 교류하며 선물하는 동생이 기특하다. 갑자기 우영우가 "심박수가 뛰는걸 보니 좋아하는것 같습니다."라고 했던 대사가 떠오른다. "선물을 했으니 고마워하는것 같습니다."라고 미루어 동생의 마음을 알 뿐 이다.



어찌되었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계기로 자폐인을 이해하는 비장애인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요새 자폐인을 이해하는 트렌드는 장애가 아니라 뇌구조가 다른 사람으로 보는것으로 바뀌고 있다. 고기능 아스퍼거나 자폐인들도 등장하고 그들이 활동하는 자리가 선진국에선 넓어지고 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이 살아갈 영역을 점차 늘려가는 일은 우영우를 보고 일반인과 달라도 변호사로 정착하길 바라는 시청자의 마음에서 나올것이다. 그 마음들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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