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토스트 마스터즈(영어 스피치 클럽) 모임에 참석하다
난 2004년부터 영어회화 공부를 했다. 매주 토요일 영어카페에 가서 영어로 말하며 어울리는 것이다. 그런 수업 형태가 익숙해지자, 좀 더 높은 단계에 가고 싶었다. 토스트 마스터즈라는 영어 스피치 클럽을 다니게 되었다.
그 곳에는 나처럼 수평적인 관계를 좋아하는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왔다. 영어로 이야기하면 좀 더 쉽게 친밀해진다. 고려대 안에 있는 클럽을 다녔는데, 유학 온 외국 학생들이 많았다. 비행기를 안 타고도, 그곳에서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북미와 남미사람들을 본다는게 즐거웠다. 한국에 이렇게 많은 나라 사람들이 공부하러 오는것도 처음 알았다. 토스트 마스터즈 클럽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에 클럽이 있다보니 외국인에게도 익숙했다.
그곳에서 10번의 스피치를 마치고 4년 정도 활동을 쉬었다. 스피치를 준비하고 연습하고 발표하는게 긴장과 약간의 스트레스를 줘서이다. 그러다, 내년에 스페인 산티아고에 갈 계획을 지인과 세웠다. 그럴려면 다시 영어 연습이 필요했다.
어제는 줌으로 모이는 모임에 참석했다. 예상보다 사람이 적었다. 인도, 미국 등에서 온 외국인들도 있고, 한국인도 있었다. 오랜만에 가다보니 클럽 진행 순서 등이 익숙치 않았다. 겨우 진도를 따라가다 내 소개 차례가 되었다.
내 나이와 이 클럽에 예전에 활동했던 내역과 클럽 멤버 중 누구와 친구인지를 소개했다. 엄마와 살고 있고, 남동생이 자폐가 있다. 한국내 자폐인들을 위한 시스템을 개선하고 싶은데, 그럴려면 선진국의 좋은 복지 사례가 많아 영어와 외국에 관심이 있다. 라는 말이 준비도 안했는데, 갑자기 튀어 나왔다. 아주 자연스레.
예전 같으면 누군가와 깊게 친해져야 동생이야기를 꺼냈을것이다. 그런데,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이 튀어나오다니. 아마도 브런치에 동생에 대해 내내 써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소개를 끝낸 후, 채팅창에 글이 올라왔다.
"Terry(내 영어이름이다), 나도 미국에 있는 동생이 자폐가 있어. 장애인 교육시설에 다니고 있어."
아까 스피치를 하던 미국 여성분이었다.
"Really! 널 알게 되서 반갑다. 내 동생은 44살이고, 작은 인쇄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
"내 동생은 20살이야. 네 동생이 앞서 잘 살고 있으니 좋다."
처음 본 사람과 영어로 이런 이야기를 자연스레 나누다니 신기했다. 클럽 모임이 끝나고 그 분과 더 깊은 이야기는 못 나눴지만, 내년에 난 영어를 계속 공부할 예정이다. 또 나와 같은 누나와 만날수 있겠구나. 내년이 많이 기대된다.
사족) 영어클럽에서 영어를 듣고 말하는건 여전히 긴장된다. 어떤 실수라도 허용되는 곳이라고 처음 안내해 주는데, 내 안의 완벽주의자가 아직도 살고 있네. 내년엔 그 클럽에서 실수 많이 하는걸 목표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