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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Oct 31. 2020

화섭 씨를 소개합니다.

있는데 없다고 할 수 없다

안녕하세요. 저는 40대 후반 미혼 여자입니다. 저에겐 동생이 셋 있어요. 동생 1, 동생 2, 그리고 막내동생. 동생1과 동생2는 평범하고, 막내동생 화섭씨는 특별한 개성이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동생에게 내어준 신분증에는 이런 표시가 되어 있지요.


자폐장애 3급


그래요. 요즘엔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불리고, 영어로는 Autism이라고 하지요. 제 동생은 1978년생이에요. 동생의 장애를 알았을 때는 80년대였고요. 그때는 너무나 생소한 장애였지요. 우리 동네에서 유밀 무이한 장애였어요.


저는 막내동생이 있어, 남들보다 아주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다고 어릴 때부터 생각했어요. 마치 남들은 안전지대, 평범 지대에 사는데, 같은 동네라도 우리 집만 불안 전시대, 특수 지대에 사는 것 같았지요. 고립과 소외와 불안, 부끄러움이 어린 시절 주된 정서였어요. 


그래도 화섭 씨는 들판의 잡초처럼 잘 자라주었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몇 번의 취업 탈락과 백수 시절이 있었지만, 직장을 잘 잡아 꾸준히 다니고 있어요. 성실함에 있어서는 아무도 쫒아가지를 못해요. 저는 지금은 동생이 아주 자랑스러워요.


저는 운이 좋게도 한국에 살면서도 선진국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었어요. 그들을 통해 장애인을 대하는 건전한 태도와 인권의식 등을 접할 수 있었어요. 그 덕에 제 자신감은 업그레이드되었어요. 제 본업은 IT 프로그래머지만, 동생과의 특별한 추억들이 많아 언젠가는 장애인식개선 강사를 하고 싶어요. 더불어, 저처럼 장애인 가족을 돌보다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마음의 상처가 있는 형제자매, 더 나아가 부모님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심리상담가가 되고 싶어요. 저도 한때 건강하게 동생을 대하지 못해 상처와 내상이 깊었고, 그걸 치유하기 위해 에니어그램 등 여러 가지 마음공부를 했어요. 특히 에니어그램은 현재 상담가로 세컨드 잡을 가지고 있을 정도예요. 


일러스트 By 온아

제가 꿈꾸고 있는 세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사는 곳이에요. 비장애인이라 해도 결핍과 외로움을 느껴요.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필요한데, 타인과 진실로 연결되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해요. 동생인 장애인과 살고, 비장애인의 속마음을 상담해온 제가 생각하기엔 두 계층이 공통점이 분명 있어요. 행동방식이나 라이프스타일이나 표현방식은 물론 다르지만,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똑같이 사람이고 연결되고 공감하고 이해받고 소통할 때 행복해지는 건 같아요.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해요. 왜 불완전하게 만들어졌는지 수년간 생각해왔어요. 결국 사람은 서로를 돕고 살라고, 혼자서는 불완전하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희한하게 장애인 친구들을 도울 때 우리는 완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뭔가 그 친구들에게 배운다고 얻는다고 생각해요. 장애인 친구들에게 봉사를 해본 친구들은 알 거예요. 그 감정이 뭘까 생각해보면, 장애인 친구들의 단순함이 우리를 울리게 해요. 


자본주의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를 해내고 성취해야 인간이 되는 것처럼 평가받아왔어요. 어릴 때는 학교에서 정해진 과정을 이수해야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 일련의 노동을 해내야 월급을 줘요. 물론 공부하고 일하는 즐거움이 있지만, 때로는 공부를 못하거나 일을 잘 못하면 가혹한 평가를 받아요. 그래서, 현대인들은 뭔가 부족한 것 같아요.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너무 잘난 타인들은 내 주변에 넘쳐 있어요. 그런데, 장애인 친구들을 만나면 그 모든 외부 조건들이 다 없어도 그들은 행복해요. 그들은 그 조건에 집착하지 않아요. 현대인들이 집착하는 좋은 집, 차, 은행 잔고 등에 그들은 집착하지 않아요. 그리고, 쉽게 행복해져요.


전 이런 쉬운 행복이 장애인들의 장점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과 친구 되어 이런 장점을 배운다면 좀 더 풍요로운 세상이 될 거라 확신해요. 그건, 제가 막냇동생과 지내오며 느낀 감정들이에요. 제 동생과의 인생을 써보려 해요. 이 글을 읽어보신다면, 제가 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연결하고 싶어 하시는지 이해하게 되실 거예요.


그럼 저와 동생의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글투를 바꿀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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