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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May 02. 2024

70대 아미도 간다

그낭 가고, 그냥 즐긴다

우리 엄마는 1946년생이시다. 만 78세. 방탄소년단의 팬 아미다. 동네 주민센터와 도서관에서 컴퓨터를 배우시더니 유튜브를 잘 찾아보신다. 유튜브를 통해 방탄을 알게 되셨다.


팬데믹 때 코로나로 갇혀 지낸 사람들을 위로하는 permission to dance 뮤직비디오에 반했다. BTS가 전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에 반한 것 같으시다. 하도 BTS 이야기를 하셔서 공연장에 모시고 갈까 했다. 하지만, 젊은이들 가운데. 장시간 있는 건 70대 노인에게 무리다. 다행히 BTS 공연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와서 보고 왔다. 4dx로 의자가 움직이고, 바람도 나와 즐기다 왔다.


https://brunch.co.kr/@iammerry/155




근로자의 날, 쉬고 있는 아침, 갑자기 cgv 앱에서 알림이 뜬다. 슈가의 단독공연을 영화로 한다는 거다. 엄마에게 보여주니 당장 가자한다. 근데 이게 상영관이 상봉에 하나고, 시간도 저녁 7 시대다. 그냥 예매하라 해서 했다.


그때부터 엄마는 바빠지셨다. 화섭 씨 먹을 부침개 부쳐두시고, 화장도 곱게 하셨다. 내가 영화 티켓 샀다고, 본인이 저녁을 사시겠단다. 나보고 메뉴 고르라 해서 엽떡과 꿔바로우 골랐다. 엽떡은 맵다고 못 드시고, 계란찜과 꿔바로우는 잘 드셨다. 꿔바로우 식초 향이 강해 기침하면서도 다 드셨다. 그놈 식초 강한 거 썼네.. 음식 참 강하게 한다. 뒷말 있으셨지만 새로움에 도전하는 마음이 젊은 엄마다.

드디어, 영화 입성. 영화관 위치를 알러주니 앞으로 나아가는 엄마. 그냥 직진이다. 객석에는 젊은 사람들만 있는데, 초록 셔츠를 입고 당당히 아미 하신다.

난 슈가는 설탕의 sugar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SUGA이고, 본인이 큰 의미 없이 지은 거란다. 방탄소년단처럼 댄서인 줄 알았는데, 거친 래퍼였다. 쇠사슬과 불꽃으로 장식한 무대에서 힙합 노래를 부르는데 우리 엄마는 집중해서 보신다. 생소하지 않으신가?


영화가 끝나고 여쭤보니, 열정적으로 몰입해 공연하는 슈가가 멋지다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찬조로 나온 정국, 지민, RM이 반가웠단다. 슈가는 대구 출신이고, 대취타를 불렀고, 유튜브에서 토크쇼도 했다고 슈가 정보를 줄줄 말하신다.


평생 가족 돌보느라 여력이 없는 엄마였다. 70대 후반 지금이라도 본인이 좋아하는 걸 즐기며 젊은 문화를 향유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 BTS도 감사하다. 군대 가서 쉰다고 이런 떡밥 만들어 두고 가다니. 물고기 팬으로서 잘 뜯고 잘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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