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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지구 안

서울둘레길 올림픽공원-수서역

by 긍정태리 Mar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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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아버지 제사날이었다. 간단히 상을 차려 절을 했다. 화섭씨도 아들로써 술을 올리고 절을 했다. 큰 정이 없었어도 아버지다. 이런 형식이 그래도, 없던 정도 생기게 만든다.


우리 가족은 다정한 말을 잘 못한다. 말을 넘어선 정은 걸으면서 쌓는다. 길을 나서려는데 엄마가 청국장가루 담을 봉투에 이름스티커를 붙여달라 하신다. 스티커를 뗄 손톰부족하다고. 화섭씨에게 같이 하자 하니 군말없이 도와준다. 단순반복작업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깔끔히 붙여놓고 집을 나섰다. 제사며, 스티커붙이기며 주저없이 참여하는 화섭씨 보니 사회성이 점점 좋아지는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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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 옆 성내천 주변에 산수유 지천이다. 뚝방엔 쑥 천지다. 아파트와 고가도로 많은 코스에 군데군데 메타세쿼이아와 나무들을 많이 심어 둘레길을 만들어졌다. 평탄한 코스라 봄나들이 하듯 걸었다.


내가 좀 앞서가려 뛰어도 긴 팔로 못 가게 막는다. 자기가 주도하는게 자기 맘대로 속도내니 좋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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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도로 밑에서 물 마시며 쉬었다. 지도앱을 켜서 얼마나 남았는지 보려는데 현위치가 둘레길을 벗어나있다. 그걸 보고 화섭씨가 바로 미안하다한다. 본인이 서둘러 가서 경로를 벗어난적이 많으니 입에 미안해가 붙은거다. 이상해서 고가도로를 벗어나니 제 위치를 표시한다. 화섭씨에게 네가 잘못한게 아니라고 정정해준다. 밖에서도 미안하다는 말로 사람들과 연결되며 살았겠지. 장애로 시야가 좁은게 미안하지 않으면 좋겠다. 좀 돌아가면 어떤가..운동삼아 많이 걸은 셈 치지. 관대와 여유가 있으면 덜 미안하다.


탄천을 지나 수서역에 다다랐다. 도장 기분 좋게 찍었다. 이제 완주까지 남은 도장은 6개. 멈추지 않으니 여기까지 오는 구나.  오는 길에 느린 걸음에 여유를 주는 시 한편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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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생각

-김원각

다 같이 출발했는데
우리 둘 밖에 안 보여

뒤에 가던 달팽이가
그 말을 받아 말했다

걱정 마 그것들 모두
지구 안에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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