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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Oct 15. 2024

퇴사 직후 유튜브 도전했다가 두 번 실패하고 깨달은 점

퇴사자는 유튜브를 창업처럼


퇴사 후 휴식과 브런치 다음으로 시도한 것은 유튜브였다. 몇 년 동안 수차례 도전했다가 실패했음에도 또 유튜브를 선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튜브만큼 기회가 많은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것에 비하면 비용과 투입 노력도 적게 들었다. 나는 큰돈 들여 가게를 창업할 것도 아니고 예전처럼 창업팀을 꾸려 서비스 창업을 할 예정도 아니었다. 오히려 팔 수 있는 아이템을 먼저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무계획 퇴사자에게 유튜브는 가장 안전한 선택지였다. 무자본으로 프리토타이핑할 수 있는 무대였다. 내가 팔 수 있는 다양한 가치를 우선 영상으로 만들어 시장의 반응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올려 나를 알릴 수 있고 나의 어떤 성정이 세상에 반응할 수 있을지 모르기에 더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었기에 오히려 기대됐다.


유튜브는 브런치를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브런치는 내 생활과 가치관 저장소였고 이를 스크립트로 바꾸어 영상화할 수 있었다. ChatGPT를 이용하면 뚝딱이었다. 그리고 브런치 글들은 이미 조회수라는 지표로 1차 테스트를 마친 뒤였다. 조회수가 높았던 글을 먼저 유튜브로 제작한다면 더 빨리 반응을 얻어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반응으로 ‘존버’하는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원소스멀티유즈로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유튜브를 준비하고자 하니 눈에 들어오는 영상들이 있었다. 한 달안에 10만, 3만, 1만 구독자 만드는 실험에 성공한 영상들이었다. 이미 10만 이상, 100만 이상의 거대 채널을 몇 년 동안 성장시킨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던 유튜버들이었다. 신기했다. 그동안 유튜브는 떡상하기 전 오랜 기간 ‘존버’ 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빠른 시간 내에 구독자를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니? 생각해 보니 내가 보고 있는 유튜버 ‘신태디’님도 두 달 만에 3만 구독자가 생겼고 헤어디자이너 선생님이 재밌다며 추천해 준 ‘티키타카부부’도 5일 만에 50만 구독자가 생겼다. 유튜브도 이제 될놈될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나름대로 유튜브의 대원칙을 세웠다.

1) 지속할 수 있을 것
2) 지속을 위해 처음에는 거대하지 않을 것
3) 성장이 가시적으로 눈에 보일 것 (될놈될)
4) 구독자에게 전하고 싶거나 팔고 싶은 것을 떠올리며 콘텐츠를 만들 것


이런 원칙을 가지고 첫 번째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일단 뭐라도 해야겠기에 브런치북 ‘퇴사는 편견이었고 시작이었다’를 영상화했다. ChatGPT로 짧게 요약해서 스크립트를 빠르게 만들고 영상도 캡컷으로 간단하게 편집했다. 스크립트는 내레이션을 하고 자동자막을 생성해 간편하게 완성했다. 예전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 가장 품이 많이 들었던 것이 자막이었는데 자동자막 기능이 있어서 정말 편했다. 신세계였다. 유튜브를 떠나 있던 사이 많은 기술 발전이 있었다. 콘텐츠 만드는 법은 점점 쉬워지고 있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만이 중요함을 여기서 또 느꼈다.


나름대로 브런치와 스레드에서 꽤 좋은 반응을 얻은 글로 세 개 정도의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반응이 영 아니었다. 조회수는 매번 500이 넘어갔지만 구독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그때 마침 커밍쏜님 영상에서 경험담을 들었다. 한 출연자가 ‘퇴사’ 관련 유튜브를 올려 몇십만으로 조회수가 터졌지만 그들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없어 무용지물이었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도 제공하려는 것이 퇴사 관련 강의 팔이는 아니었기에 아이템을 바꾸는 것으로 결정했다. 1~2주 안에 모든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


두 번째 시도는 요리 유튜브다. 정말 쉬우면서도 건강한 레시피가 있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싶었다. 직접 요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예전부터 늘 생각해 왔지만 요리가 어려운 현실에 항상 괴로워했다. 그래서 라면만큼 쉬우면서 건강도 놓치지 않는 레시피를 만날 때마다 조금씩 모아 오고 있었다. 그리고 퇴사 후에 조금씩 해보고 있었는데 일반 레시피보다 한결 나았다. 초보자에게도 쉬우면서 건강한 저속노화 식단에 부합했다. 이를 유튜브로 만들면 내 관점으로 레시피를 큐레이션 하는 역할을 할 것 같았다. 나같이 요리 못하는데 건강해지고 싶은 분들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었다.


이번에는 쇼츠로만 만들어 두세 개 올리며 반응을 봤다. 채널 이름도 ‘1분 저속노화’로 명확하게 브랜딩했다. 첫 번째 영상을 올린 뒤 구독자가 1명 증가했다. 한 달안에 몇만 구독자를 만든 채널의 경우 구독자가 첫 주에 적어도 7~8명 정도는 늘었다. 그에 비해 아쉬운 숫자이긴 하지만 이전에는 3개나 올렸는데도 구독전환이 한 명도 안 일어난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 세 번째도 올렸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영상의 주시청자층이 내가 원하는 연령대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타깃은 2030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이었는데 반찬을 고민하는 5060 여성이 많이 봤다. 채널 이름에 저속노화가 있는 탓인가 싶었다. 물론 이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기획할 수도 있겠지만 내 능력으로는 2030 여성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 보였다. 원하는 성장이 일어나지 않으니 동기부여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중단한 상태다. 이 또한 2주 안에 이루어진 결정이다.


좀 더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가 보다. 내가 원하는 타깃이 모일 수 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한 기획을 더 생각해야겠다. 지금까지 올린 유튜브는 러프한 생각을 가지고 큰 힘들이지 않고 시도한 것들이다. 그 덕에 나는 지치지 않았고, 영상 촬영제작스킬이 조금 늘었으며, 원하는 것들이 명확해지고 있다.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배워 피봇하는, 창업 교육에서 배운 스킬을 여기서 써먹었다.


한편으로는 너무 빠르게 피봇을 하나 싶기도 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데 꾸준히 올려 존버하는 기간을 거치지 않은 게 아닐까?' 며칠을 고민한 결과 멈추는 게 맞았다는 결론이었다. 내가 원하는 타겟층이 모이고 있을 때 꾸준함과 존버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어떤 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은 계속된다. 퇴사자에게 유튜브는 존버가 아니다. 될놈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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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eibringen/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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