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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Oct 19. 2021

니들이 게토를 알아? 회사가 게토다


직장에 다닌 세월은 인맥과 반비례한다. 10년을 다니니 인맥이 1/10 줄었다. 최소한의 인맥만 남고  끊겼다. 특히 특정 목적을 위해 단기간만 바짝 친했던 인연들은 진작에  떨어져 나갔다.  예로 취업스터디가 있다. 취업스터디원들과는 사회 초년생 때 자주 만남을 가졌다. 대화 주제는 대체로 회사였다. 학생에서 회사원이  직후라 상당히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처절한 고통을 나눴던 사이였건만 지금은 생사도 모른다. 시절 인연이다.

끊긴 인연이지만 끊기지 않은 것이 있다. 그때 나눈 대화   말이 두고두고 생각난다. "일요일에는 불을 끄기가 무서워. 불 끈다는  자고 일어나면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말이 일요일  불을  때마다 귀에서 들린다.  말을  오빠가 지금 현재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결혼은 했는지, 회사 다니면서 준비한다던 세무사는 붙었는지 전혀   없지만  말만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공감되기 때문일 테다.

회사에 다니기 싫었다. 회사에 가기가 얼마나 싫은지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래도 은유법이 가끔  마음을  표현할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나는 회사를 게토라고 표현하고 싶다. '게토'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흔히 쓰는 말은 아니다. 게토는 중세 이후 유럽  지역에서 유대인을 강제 격리하기 위해 만들었다. 빈민가다. 현대의 게토는 흑인들이 채웠다. 가난한 흑인이 모여 산다. 미디어를 통해  게토는 총소리가 난무하고 마약중독자와 마약중개인을 쉽게 만날  있는 곳이다. 게토는 시대를 불문하고 살기 어려운 곳을 말한다.

나에게는 회사가 게토다. 누군가는 이를 어불성설이라고   있다. 총도 마약도 없는 한국, 게다가 화이트 컬러들이 모였다고 하는 회사와 게토가 웬 말인가. 래퍼 빈지노가 근거를 보탠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한국에 살고 있는 예술가로서 갈증이 너무 커요. 속박받으며 살아야 하고... 저를 구속하는 것들이 너어어어어어무 많아요." 이를 보고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은 한국이 예술가 빈지노에게 게토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의 젊은 이들에게 한국이란 총과 마약만 없을  게토나 다름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했다. 험악한 입시 시스템, 폭력적인 집단주의, 보수적인 서열 문화, 전쟁 같은 취업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역경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회사가 게토다. 회사에서 나를 구속하는 것들이 너어어어어어무 많다. 입사를 하고 나서 얼마 간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업무는 당연하고 업무 외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적응이  된다. 회사의 규정을 제외한 암묵적인 룰들이 도통 이해되지 않는다. 기획안은 물론이고 출근시간, 점심메뉴, 퇴근시간, 경조사  어느 하나  마음대로   있는  없다. 매 순간 눈치게임에 시달리고 있다. 아아 회사는 총성 없는 오징어 게임인가.

이렇게도 구구절절 괴롭다고 외치고 있지만 누군가는 아직도  의견에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총성이 오가는 흑인 게토에 회사를 갖다 대는 것을 어불성설이라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역경이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며 누군가의 것보다 심하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회사가 나에게는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며 그것이 나에게 고통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나에게는 회사에서 행해지는 많은 일들이 고통이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2020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우울증 유병률은 36.8%라고 한다. 자살률도 1위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다. 험악한 입시 시스템, 전쟁 같은 취업, 그리고 회사에서의 눈치 문화가 일조하지 않았을까. 내가 회사를 게토로 느끼는 것처럼 누군가는 한국을 게토로 느끼고 있다. 당사자가 괴로우면 고통이다. 역경이다. 어떤 역경도 폄하되어서는  된다. 역경은 누군가에게 각자 다른 얼굴로 항상 곁에 있다. 나에게 회사는 게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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