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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ttyfree Sep 16. 2021

계속 작가로 살 수 있을까

나를 의심하는 과정의 연속




"차라리 출간을 결심하지 않았더라면 더 행복했을까?"



절친한 친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했던 말이다. '약한 것은 곧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줄곧 갖고 있었던 나로서는 쉽지 않은 고백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슬플 때나 기쁠 때나 글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고,  학교 선생님들께 글 잘 쓴다는 칭찬도 제법 받아왔던 나로서는 지금의 절망적인 상황을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출판사 시장으로 나온다는 것은 나의 역량을 독자들에게 심판받는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어떤 책은 필력이나 내용과 상관없이 작가의 유명세만으로도 인기를 얻는 경우가 있었으나, 나에게는 그런 이름값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소시민으로 조용히 살고 싶어 교사가 되기를 선택했으나, 어쩌다 보니 제2의 자아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래도 그러지 않았더라면 더 성장하지 못했을걸."

친구 A가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받은 표정을 비췄지만, 사실은 그렇게 위로가 되진 않는 말이었다. 이런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지, 라는 못된 생각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비관의 색채를 띤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새로운 작품 집필이 힘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일들로 인해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체력이 부족해서인지 몰라도, 새로 쓰는 작품이 쓰는 영 시원찮았다. 사실은 책 출간함과 동시에 공모전을 준비해볼 요량이었는데, 나와 같은 필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 어디선가 배울 수 있으면 꾸준히 배워보기라도 할 텐데, '동화를 잘 쓰는 요령'같은 걸 알려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고학년 타깃 작가는 전업 작가가 많이 뛰어드는 분야라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요."

그 말인즉슨, 지금의 필력으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전문가가 그렇다는데, 내가 뭐라고 항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 생각보다 능력치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힘이 쭈욱 빠졌다. 이번에는 정말 잘해보고 싶었는데, 잘해볼 수가 없겠네. 생각하자 그냥 포기하면 편하다는 자괴감으로까지 이어졌다. 글 쓰는데 흥미가 없어져버렸다고 할까, 이 와중에도 대외적으로 쪽팔리는 것을 감면하려는 자기 방어까지 스멀스멀 올라왔고, 글쓰기에 대한 열정 혹은 열의가 한 풀 꺾였다.



지난 반년이라는 시간은 글을 쓰지도 않으면서 작문 능력은 늘기를 원했던, 이기적인 소망의 시간이었다. <싸인>, <시그널>, <킹덤> 등의 작품으로 인기 작가가 된 김은희 작가는 하루 17시간 이상 작문을 한다는데, 고작 나 주제에 하루에 17분도 투자하지 않으면서 뭘 이렇게 바라는 게 많았는지. 이쯤 되면 곧 출간될 내 책도 세상에 나오면 안 되는 게 아닌가. 나무야 미안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의식의 흐름의 과정을 거쳐가며 작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부정하는 것만 열나게 했다. 이런 내 마음을 가속화시킨 것은 지연되는 출간 일정이었다. 애초에 두 출판사와 계약을 했지만, 예기치 않게 두 출판사 모두 출간 일정이 미뤄지고 있었다. 이쯤 되면 계약했던 것이 꿈이 아니었나 싶었다. 계약서를 모아놓은 3공 바인더를 다시 들춰보면서 '출간을 O월 O일까지 한다'는 문구를 손으로 더듬어보기까지 했다. 그러다 덮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이 계약서를 못 믿는 게 아니라 나를 못 믿는 거야.










내가 계속 작가로 살 수 있을까. 이것저것 해보는 과정에서 글 두어 개를 우연히 출간하게 된, 그저 그런 교사로 남게 되지는 않을까. 지속 가능한 작가로서의 삶을 가진 분들의 데뷔 여정 기를 자꾸 들춰보게 되는 요즘이다. 주로 이런 걸로. "실패를 거듭했었죠.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빛을 보게 되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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