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ettyfree Oct 10. 2021

출간을 하면 달라지는 것들





책 한 권 낸다고 내 삶이 그리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마 그것은 금전적으로 혹은 명예 측면에서 말하는 것일 것이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세상에 나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나에게 수억 원이 떨어진다거나 온 세상이 아는 유명한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우리가 제목을 알고 있는 베스트셀러들은 책 시장에 출간되는 책 중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의 책은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창고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도 한다. 어쩌면 그게 내 첫 책의 운명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출간을 하고 나서 새 세상이 열린 것 같달까. 아, 물론 내 몸이 떠 있는 물리적 세계가 달라졌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이제 시작한 초보 작가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은 사실상 많지 않다. 기껏해야 홈페이지에서 내 이름을 검색할 수 있다는 것 정도랄까. 그것보다, 사뭇 넓어진 정신적인 세계의 폭에 대해 서술해보고자 한다.













우선 불안함의 감정에 대해 온전히 느껴볼 수 있다.

책이 나오고 나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얼마나 설렐까' 혹은 '얼마나 자랑스럽니'였다. 물론 맞는 말이다. 나도 가끔 내 무엇이 이 책을 만들고 이끌어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 원고를 적어내렸는지, 또 유수의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할 용기를 갖게 되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약간 어린 날의 내가 대단해 보일 때도 많다.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설렘과 불안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고. 내가 갖고 있는 설렘만큼이나 불안도 함께 찾아왔다.




어느 정도냐면, 비상약쯤으로 숨겨두고 있었던 안정 영양제 몇 알을 매일 밤 삼켜야 했을 정도였다. 내 원고에 대해 출판사에서 갖고 있는 확신이 느껴지지 않을 때, 혹은 이 책 이후로 나에게 아무것도 있지 않을까 봐 불안할 때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주변인들에게는 내가 갖고 있는 공포와 조마조마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설렘으로 위장했다. 하지만 솔직히, 홀로 산책길을 걸으며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을 외면하지 못할 때면, 침대에 누워 잠이 오지 않아 이런저런 생각의 물결에 몸을 맡길 때면, 이렇게 혼자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 때면 ….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나를 위한 일들이 맞나, 괜한 의심이 들기도 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길어지면 사람은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나와 같은 경우는 이런 결론이었다. '원래 감정은 하나만 오지 않아. 항상 짝을 지어서 다가온다고.' 생각해보면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 생길 때 좋은 감정만 있거나, 나쁜 감정만 있었던 적은 별로 없었다. 대학 합격을 해서 수석 입학 새내기로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을 때 반대급부로 그 기대 때문에 힘겨웠던 적이 있었고, 임용고사에 합격해서 발령받았을 때 막내로서 선배 교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만, 그 사랑이 내 발목을 잡았을 때도 있었다. 연애에 푹 빠져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거릴 때 내 현실 생활을 잘 챙기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아예 떨쳐버릴 수 없었던 것처럼. 인생이 어쩌면 이러나 싶을 정도로 마냥 좋을 때도, 혹은 마냥 슬플 때도 없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에 대해서는 감사의 감정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주변 지인 100이면 100 축하의 말을 건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기꺼이 축하의 말을 해주고 책 몇 권이라도 사주겠다고 말하는 지인에게 감사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짧은 시간일지라도 그 시간 안에서 기꺼이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지인들이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었나를 새로이 실감한다. 책을 줄 수 있다고 말했는데도 첫 책은 사서 읽어야 한다며 직접 주문한 가족들은 물론이고, 많은 수의 팔로워들이 더 많이 알아야 한다며 인스타그램에 축하의 글을 올려주는 친구들, 자랑스러운 제자라며 멀리서 어깨를 다독여주는 은사님들의 마음을 전해받고 있노라면,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과분한 사랑을 받아오고 자랐는지에 대해 차분히 돌아보게 된다. 축하의 말을 건네기 애매한 사이라고 생각하여 마음속으로 축하의 말을 건네주는 지인에게도 고맙고, 일면식이 없는데도 댓글로 따뜻한 축하의 말을 전해주는 분들에게도 너무 고맙다. 사실 주위 사람들에게는 온통 감사한 마음뿐이다.








돌아보면 지금이 나 자신에게는 불안하고, 타인에게는 감사한, 그런 시간을 통과하면서 정신적 성숙이 이루어지고 있는 과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성장을 하려면 늘 성장통이 필요한데, 이 정도의 성장통이라면 얼마든지 감내 가능.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만도 않은 경험이다. 이 시기를 통과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미래의 내가 궁금해지는 것이 이 나이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하여튼, 살아볼 만한 인생이다.




덧. 브런치 내에서도 저에게 응원의 말씀을 많이 건네주신 작가님들께 감사 말씀을 전하며, 제 책은 yes24, 알라딘 등에서 만나보실 수 있다는 홍보 전언도 살짝 올립니다. 그동안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4102724?OzSrank=7

http://aladin.kr/p/w4Q1N





         

이전 13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