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보라 Jun 29. 2022

요즘 일기

의식의 흐름대로


저는 요즘 저와 화해하기 위해 애쓰고 또 친해지는 과정에 있습니다.

요 몇 년은 내 인생을 망쳐버린 자신이 참 싫어서, 서먹한 관계였어요. 꼴도 보기 싫을 때도 많았고 가끔은 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망해버려서 힘들게 하는지 원망스러웠습니다.

그것에 비하면 요즘은 뭐랄까.

주먹다짐을 위해 꽉 쥐었던 손을 화해하기 위해 살짝 핀 정도? 그 정도가 적당하겠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덜 힘들어졌거든요. 살만해졌나 봅니다.

우선 요즘은 누군가에게 나를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 행보의 이유, 감정표현의 타당성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거든요. 이전에는 행동거지 모든 것이 평가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같이 사는 가족이 많았기 때문이겠죠. 지금은 보는 눈이 별로 없습니다. 함께 사는 아빠와도 주말에나 볼 정도니까요.

자연스럽게 주변에 날 이해해주는 사람들만 남았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들에겐 설명할 필요가 없죠. 내 모든 것을요.

이미 내 안에서 확실한 것을, 상관없는 타인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은 무척 짜증 나는 일입니다. 저는 그 짜증에서 해방되었습니다.

남에게 나를 정의하지 않아도 되어서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럴 시간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죠. 내가 나에게 나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어요 드디어.


아, 나는 배가 고프면 무척 기분이 나쁜 사람이 되는구나. 그게 삶의 비관적 태도로 이어지기도 하는구나? 와, 그렇다고 맛있는 것을 먹고 만족하면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아지다니. 콧노래까지 부르고? 놀랍기 그지없네요.

하루에도 몇 번씩 일희일비하며 오락가락하는 사람, 그게 바로 나입니다. 그렇게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감정 주제에 마주하는 모든 것의 태도로 이어지는 나약한 인간이 바로 나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심술 맞아 지거나, 회의적으로 말하고 있거나 무기력해지면 생각해봅니다.

‘잠깐, 이거 정말 맞는 거야? 오늘 잠 제대로 잔 거 맞아? 밥을 안 먹은 것은 아니고? 아침에 기분 나쁜 얘기 들은 거 있었나?’

짚어보면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1분도 채 안돼서 찾아낼 수 있어요. 대부분 밥을 안 먹었거나 누군가 거슬리는 말을 한 것에 사로잡힌 경우가 대부분이지만요. 원인을 파악하고 나면 완전히 해소는 되지 않지만, 비관적으로 보이던 세상이 실제가 아닌 내 감정뿐이라는 것에 다행을 느낍니다.

이 기분 또한 지나갈 테니까.라고 생각하면 순간을 버틸만해지고, 버티고 나면 정말 지나가더라고요.

하루가 지나면 상황을 뒤집을 기분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하고요.

내가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약간은 실망스러웠어요. 이것보단 괜찮은 성인이   알았는데 말이에요. 기대보다 참 멋없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되는 순간, 정말 망한 게 아니라 지금 기분이 잡쳤을 뿐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그 위안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오늘도 또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 고마움 때문에 하루를 끝내고 침대에 몸을 뉘이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 이런 날은 울지 않고도 잘 수 있습니다.

내일은 붓지 않은 눈으로 일어날 것 같아요. 비 오는 새벽, 마음이 꽤 괜찮네요.

그런데요, 이렇게 마음이 괜찮아도 괜찮을까요.

쓸데없는 생각과 기분으로 너울대는 새벽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과 나의 이별 식탁 : 생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