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서림 Mar 12. 2023

안 고독한 운동방

3월부터 운동하는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샛별 BOOK 연구소 작가님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방이다. 참여자들은 각자가 3개월간 일일 운동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매일 운동한 결과를 오픈톡방에 공유한다. 각자 하는 운동인데, 같이 하는 운동도 되는 셈이다.



나는 하루 8 천보 걷기와 20분 요가 목표를 세웠다. 8 천보 걷기는 그럭저럭 할만하다.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지하철역까지 걷고, 회사에서도 점심시간 10분 산책, 중간중간 회의에 간다. 화장실에 다녀온다. 이런저런 업무를 보기 위해 움직이는 걸음을 합치면 7 천보 정도가 된다. 그다지 많이 걷는 편이 아닌데 그건 하루 일과 자체가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렇다. 나머지 일 천보 정도를 의식적으로 걸으려 노력한다. '안고독한 운동방'을 같이 하지 않았다면 노력하지 않았을 걸음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 자신이 건강해지기 위해 하는 운동이니까 철저히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그 일천 보는 마치 누군가와의 약속처럼 느껴진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나만의 느낌. 각자 자기 운동에 집중하는 듯하면서도 누군가의 운동 기록이 오픈톡방에 사진으로 올라올 때면 안심이 된다. 하고 있구나. 묵묵히, 꾸준히, 자기만의 운동을. 나도 힘내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운동기록과 함께 걷기 미션을 하는 사람들은 걸으며 만난 풍경을 공유하기도 한다. 특별히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누고 싶었던 풍경이 아닐까 한다. 어떤 길은 쭉 뻗었고, 어떤 길은 코너를 돌기 직전이라 막다른 골목 같기도 하고, 어떤 길에는 보행통로 표시가 그려져 있고, 어떤 길에는 자전거통행 표시가 그려져 있다. 각자가 걷는 길, 각자가 사는 도시 또는 시골의 풍경이 하루에 한 번씩은 올라온다. 오늘 이 분은 누구와 얼마나 걸었을까, 어떤 길을 걸었을까 조금씩 서로의 일상의 단면을 살피게 된다.



바깥에 나가 걸을 시간을 내지 못한 날은 회사 건물 안에서 탑돌이 하듯 걸었다. 회사 건물 가운데가 뻥 뚫린 네모자 모양이라 가운데 홀을 둘러싼 사면을 트랙삼아 돈다. 그 길이가 100미터.  두 바퀴 반을 돌면 1km. 걸음으로는 일천 삼백 칠십 보 정도 된다.

출퇴근길에 걷는 걸로 채우지 못한 걸음수를 마저 챙기기 딱이다. 생각해 보면 이 운동 미션을 하기 전에는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최소한의 필요로만 움직였다. 화장실에 가거나, 음료를 가지러 갈 때, 회의실로 이동할 때를 제외하곤 움직이질 않으니 자연히 배가 나오가고 다리가 부었다. 경추에 디스크가 생겼고, 견갑골 안쪽이 바늘로 찌르듯 아픈 날이 계속됐다. 


이러다 건강 잃고 일을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올라온 것도 꽤 됐다. 꼭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체력은 중요하다. 력에서 열정과 의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 권태 무력감이 생기죠. 특히 40대를 지나면 열정이 식고요. 그래서 식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체력을 키우고, 공부를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찾으라는 거였어요. (로이스 김 전무는 하루에 출근 전후로 두 차례 조깅을 하고 검도 유단자입니다.)

-<구글러의 도전 느릴 순 있어도 늦은 건 없다.> 매일경제 기사, 이상덕 기자

50대에 구글 본사에 취직한 정김경숙 씨 인터뷰 내용이다. 구글 코리아에서 임원까지 지내고 50대에 구글 본사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취업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 분은 작년에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 책을 출간하고 유퀴즈에 나와 번아웃을 넘어서 보어아웃으로 현생이 괴로운 직장인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커리어만큼이나 이 분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독특한 이력은 '검도유단자'. 출근 전후 두 차례 조깅.


수명이 길어진 현대의 생활에서 지치지 않고 오래 생동감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체력이라는 말씀.


한편 운동은 내가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 기대수명 대로 사는데 중요했다. 전 세계 사망의 70%는 흡연, 부족한 신체활동, 불균형한 식습관처럼 개선이 가능한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부족한 신체활동'은 물론 다른 복합적인 기전이 얽힌 결과겠지만,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것이 대상을 향한 열정과 의지, 활력에 기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운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 운동 중도 포기가 특기이자 취미(?)인 나에게는 뭔가 특단의 방식이 필요했다. 물론 금융치료라고 회원권을 끊고 짐이나 필라테스, 요가 수업을 듣는 것도 방법이다. 여러 번 해 보기도 했고. 회원권 투자한 돈이고 뭐고,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며 평일 운동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일상생활 속에서 루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해! 가벼운 강제도 필요하고! 마침 같이 운동하는 온라인 모임이 다양하게 생겨나서 다행이었다. 혼자 하면 고독한데, 안 고독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미션은 하루 중 약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달성하기 쉬운 것으로 했다.


지금 작심삼일을 넘겨 이 주가 가까워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않고 즐겁게 하고 있다. 고독하지 않게!


https://naver.me/50oL7eFb


작가의 이전글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