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험이 차곡차곡
작업실에서는 늘 향기가 진동했다. 소이캔들을 만들 때도 디퓨저 작업을 할 때도 항상 다양한 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방산시장에 가면 다양한 재료들을 판매하는데 향 원액은 다양한 나라에서 수입이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도 있지만 나라마다 특징적인 향의 느낌이 있어서 다양하게 구매해서 재료로 사용했다. 달달한 향, 시원한 향, 분위기 있는 향 등 고객들의 취향은 다양하기에 종류별로 갖추고 있었다. 소이캔들은 왁스와 향의 배합으로 만들어졌는데 왁스를 녹이고 비율에 맞춰서 향을 넣는다. 그리고 심지를 고정시킨 용기에 녹인 왁스를 부어주고 굳힌다. 한 번에 외관이 고르고 이쁘게 굳을 때도 있지만 울퉁불퉁하게 굳을 때도 있다. 울퉁불퉁한 표면을 좋아할 고객은 없기에 드라이기로 윗부분만 살짝 녹인 후 다시 굳힌다. 한두 번 반복하고 나면 제법 고르고 예쁜 모양을 갖춘 소이캔들이 완성된다. 캔들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지만 난 그중 소이캔들이 참 좋다. 색감이 첨가되지 않은 깨끗한 아이보리 색상이 맘에 들기 때문이다.
디퓨저는 디퓨저베이스와 향의 배합으로 만들어진다. 왁스를 녹이고 다시 굳혀서 만드는 캔들에 비하면 확실히 품은 덜 들어간다. 디퓨저 베이스와 향의 비율이 노하우인지라 저울에 배합만 정확하게 해서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단체주문 건 처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오프라인 입점 제안이 들어왔다.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 있는 인테리어 소품샵이었는데 우리 제품을 진열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우린 두 번도 고민하지 않고 메인 제품들을 포장해서 고속터미널로 향했다. 제안해 주신 샵에 가보니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들과 고급스러운 침구류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제법 메인 자리에 우리 제품들을 깔아 둘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공방에 처박혀서 온라인에서 들어오는 단체주문 건들에 치이고 치였던 우리에게 주어진 오프라인 기회는 새로운 기대감과 즐거움까지 가져다주었다. 오프라인에 소중한 내 애기(?)들을 진열해 놓으니 너무 예뻤다. 인테리어 소품샵이라서 그런지 조명도 좋고 특이한 소품들도 많아서 기왕 진열한 거 제품 사진도 찍었다. 쇼핑몰과 블로그에 사용할 사진도 다양하게 찍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스튜디오를 빌려서라도 촬영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완전 일석이조!
핸드메이드 제품이었기에 작업실에 있을 때는 제품 만들어내느라 정신없었고 다 만들어지면 납품을 직접 나가기도 하고 단체주문건 배달을 하기도 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시간은 참 잘도 갔고 내 인생 통틀어 가장 향기로운 나날들이었다.
향초 자격증 준비할 때 캔들을 배우며 천연비누 만드는 법도 함께 배웠다. 핸드메이드 천연비누를 만들어서 판매도 하고 사은품으로 함께 보내드리기도 했다. 그 당시 막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였는데 원장님 권유로 원데이 클래스 출강을 나가기도 했다. 어린이집 연간 행사 계획에 학부모 일일교사 기획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내가 맡아서 하게 된 것이다. 한 번의 원데이 클래스를 계기가 되어 소개의 소개가 이어졌고 한동안은 원데이 출강 강사의 일도 적잖게 하게 되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이었지만 아이에게도 나 스스로에게도 뿌듯하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