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의 귀환. 쇼핑몰 입문. 공방 도전.
블로그 세계에 다시 돌아오니 친정에 온 듯 맘이 편하다. 넌덜머리가 난다며 훌쩍 떠날 땐 언제고 다시 꾸역꾸역 그 세계에 발을 디민다. 배운 게 도둑질이란 말이 있던가.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삼성화재 동기 중에서 블로그에 관심을 갖는 언니가 있었다. 건강식품 제조하시는 사장님께서 온라인 판권을 줄 테니 쇼핑몰을 한번 운영해 보라고 제안했고 블로그부터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동기들 사이에서 이미 블로그 수작업 공장으로 소문이 자자했기에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전에 해본 적 있느냐고 물으니 다음에서 카페를 운영한 경험은 있다고 했다. 다음 카페와 네이버 블로그는 또 다른 이야기라 다시 배워야 했다. 언니에게 블로그를 알려주기 시작했고 그즈음부터 우린 작업실을 빌려서 함께 블로그 운영했다. 삼성화재 출근은 중요한 날에만 하고 나머지 날동안은 작업실에서 블로그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최적화 블로그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시켰다. 스승이 잘 갈켜서인지 학생이 똘똘(?)해서인지 블로그를 빠르게 습득했다. 언니와 난 작업실에 인터넷 회선을 늘리고 VPN도 여러 개 구매한 후 블로그 작업에 열을 올렸다.
제안받았던 건강식품 쇼핑몰을 하기 위해 사업자를 냈던 언니는 나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건강식품 쇼핑몰과 블로그를 함께 운영하자는 거였다. 블로그는 선수였지만 쇼핑몰 경험은 없었던지라 흥미로웠다. 건강식품 공장과 본사는 남해에 있었다. 사장님과 사업 관련 미팅을 위해 남해에 가야 했다. 남해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일을 위한 일정이었지만 여행을 떠나는 듯 설레었다. 운전하는데 거리낌이 별로 없기에 자가로 갔는데 편도 370km 운전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남해. 와... 지금까지 봐온 그 어떠한 바다보다도 맑고 깨끗한 자태에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일을 하러 왔는데 오히려 힐링이 되는 기분. 경치 구경도 제대로 하고 맛난 식사도 대접받았다. 건강식품 온라인 판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뭔가 진짜 사업가가 된 기분이 들었다. 다시 서울에 돌아와서는 쇼핑몰에 상품을 등록하고 건강식품 블로그도 세팅했다. 상품을 잘 만들어서 마케팅을 해야 판매가 일어날 텐데 언니와 난 방법을 몰랐다. 매일 블로그에 관련 칼럼을 올리긴 했지만 쇼핑몰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쇼핑몰에 상품만 덩그러니 올려두고 팔리기만 간절히 바라고 바랬다. 지금 생각해 보니 기적을 바라는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언니와 난 상품이 잘 안 팔리니 쇼핑몰을 향한 처음의 열정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다시 최적화 블로그 만드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노력대비 빠른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으니 자꾸만 그쪽으로 손이 갔다. 시간이 좀 흐른 뒤엔 건강식품 쇼핑몰은 뒷전이고 다시 블로그만 운영, 관리했다.
둘이 작업실에 콕 박혀서 블로그만 하다 보니 지루했다. 시간이 좀 있으니 아로마향초 만드는 걸 배워보자고 했다.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수업 과정에 등록을 하고 공방으로 배우러 다녔다. 맨날 노트북 앞에서 전전긍긍하던 우린 새로운 배움이 꽤나 흥미로웠다. 향초와 천연비누, 디퓨저 만드는 방법을 모두 배우고 과정을 마친 후 자격증을 땄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제출하고 돈을 주고 자격증을 사는 느낌이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언니와 얼결에 공방을 시작했다. 블로그에 열을 올리던 작업실을 공방으로 세팅했다. 거창한 세팅은 아니었고 공방 운영을 위한 재료와 집기들을 채워놓은 소소한 모습이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기쁨에 언니랑 방산시장을 오가며 캔들 재료와 포장용기, 부자재 등을 사 왔다. 흐지부지하게 끝났던 건강식품 쇼핑몰의 불명예를 캔들, 디퓨저 쇼핑몰로 역전시키고 싶었다. 열심히 캔들과 디퓨저를 만들고 렌털 스튜디오에서 제품 촬영을 했다.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했다. 핸드메이드 소이캔들과 디퓨저, 천연비누 등을 판매하는 쇼핑몰이었다. 마케팅 실력은 건강식품 쇼핑몰 할 때와는 크게 발전하진 않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할 때 접목시켰던 키워드를 활용한 상품등록을 시도해 보았다. 핸드메이드 상품을 판매하다 보니 애정이 더 많이 갔다. 단품 구성도 했지만 결혼식, 돌 등 답례품 구성도 해두었다. 어랏 답례품 단체주문 입질이 온다. 나름 상품기획이 잘 되었던 것일까? 당시 한참 유행이었던 소이캔들과 차량용 디퓨저였디 때문이었을까. 주문이 제법 들어왔다.
단체주문을 받으면 언니와 나는 밤늦도록 캔들 만들기에 열을 올렸다. 수량을 많이 만들어서 내보내야 했기에 늦은 시간까지 작업하는 일이 잦았다. 그래도 우리 힘으로 무언가 해낸 기분이어서 뿌듯했다.
블로그를 통해서 제작과 판매 과정을 공유했다. 그랬더니 블로그를 통해서도 문의가 들어왔다. 와 우리 이러다 대박 나는 거 아냐?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