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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대표 Nov 07. 2024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계절은?

조금은 서글픈 '두 번째'라는 키워드

24년 나의 목표 중 하나는 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중 내가 정한 한 가지 미션은 일주일에 한 번씩 딸들과 TV를 함께 보는 것이다.

실은 난 TV를 전혀 보지 않는다. 드라마를 보지 않는 엄마에게 딸들은 종종 불만을 표출한다. 다른 집들은 엄마가 드라마를 즐기기 때문에 핑계김에 함께 보곤 한다는데... 우리 집은 그런 풍경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TV 보기의 첫 도전 과제는 '응답하라 1988'이다. 일주일이 다 지나도록 실천 못하고 있다가 일요일 밤이 되어서야 겨우 함께 보곤 했다.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계절은?'이란 질문을 받고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이유는 '두 번째'라는 키워드가 마구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응팔에서의 덕선이와 우리 집 둘째 녀석이 묘하게 겹쳐 보이는 복잡한 감정을 느낀 탓인지.. '두 번째'라는 단어가 조금은 미안함, 짠함, 먹먹함의 감정으로 다가온다. '첫 번째'가 될 수 없는 '두 번째'의 숙명이라고나 할까.. 물론 딸들을 사랑하는 정도의 순서를 매긴건 절대 아니다. 그저 출생 순서로서의 '두 번째' 의미만을 말하는 것이니 오해는 금물이다. 왜 이런 설명까지 하고 있는 건지 살짝 구차해지지만 둘째 녀석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어진다.


이번에는 좋아하는 정도의 순서로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계절은?' 질문에 답할 차례이다. 솔직히 말하면 좋아하는 순서로서의 '두 번째' 계절은 나에게 큰 의미가 없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너무나도 강력하게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계절 먼저 소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건 바로 '가을'이다. 딱 지금 계절.

가을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수도 없이 적을 수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은 내가 태어난 달을 포함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나는 해가 쨍한 밝은 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비가 올듯말듯한 우중충한 날을 좋아하는데 내가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와 비슷하다.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살짝 스산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분위기 있는 컬러감으로 나의 시선과 마음까지도 쉽게 앗아가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또한 이유 중 하나이다.

압도적 1위인 '가을'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이다.

크나큰 이유는 별로 없다. 그저 순서를 매기라니까 제일 싫은 겨울, 여름 다음이 '봄'인 것이다.

'봄'아 미안해! 이제부터 너를 조금 더 좋아한만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볼게. 다가오는 봄엔 더 친해질 수 있게 말이야.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1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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