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닌!
"내가 한번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남편이 말을 꺼냈다. 갑자기??비빔밥 신나게 먹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 개쫄보인간은 긴장을 늦추지않고 남편의 말을 들었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을 잘 남기지 않는 것 같단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우리가 기어다니는 모습, 자는 모습, 간장을 쏟고 우는 모습, 목욕하는 모습, 과자를 먹는 모습들을 찍어주셨듯이 우리도 순간 순간을 남겼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즉. 순간의 사진을 찍어 인화를 하자는 것.
그 말을 들으니 놀란 마음은 진정이 되었는데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집에서 일하는 사람의 본분을 잊지 않기 위해 머리는 이틀에 한번 감으며, 유통기한이 지나 시들어버린 티셔츠를 입고,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게 의미가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이건 정말 티엠아이지만 남편은 바지도 잘 안 입는다)
그러자 배를 두들기며 남편은 말했다.
"뭐 어때, 우리끼리 보는건데!"
순간 종소리가 들렸다. "띠잉"하는 효과음이 분명 들렸다. 나는 정말 너무나 자연스레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사진을 생각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어떻게 추한 사진을 올리지? 그 사진을 보고 불쾌감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가버렸던 것!언젠가부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을 남기기위해 노력했다는 걸 깨달았다.
사진첩을 훑었다. 네모난 인스타창에 조금 더 잘 올리기 위해 형광등을 끄고 조명을키고 열과 성을 다해 찍었던 그 인스타용사진에는 우리가 없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나의 손조차 나오지 않는, 음식을 위한, 책을 위한, 인형을 위한 사진들이었다.
그래서 남편 말대로 남에게 잘 보이는 것에서 벗어나,우리 서로를 위한 사진을 갖기로 했다. 오로지 우리만을 위한!
우리는 이제 그 네모난 사진안으로 쏘옥 들어가기로 했다. 방금 비에 맞은 애처럼 머리에 기름이 돌더라도,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에 입체감이 없다고 해도, 입가에 고추장이 듬뿍 묻어있더라도 그 모습 그대로, 몇년 뒤 우리의 모습을 보며 깔깔 거릴 수 있는 그날을 생각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