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 차라니
오랜만입니다 애정하는 독자 여러분.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새해이브에도 병동에서 아픈 환자들을 간호하며 보냈답니다. 특히 작년 마지막날에는 출근길에 엄청난 눈폭풍을 뚫고 가서 약간 서글프기도 했어요. 다들 새해에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집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부러웠거든요. 만일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부모님이 유일한 가족이었다면 서글플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제가 이룬 가정이 있고 남편 혼자 고양이들과 새해를 맞이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미안하기도 했어요.
출근길에 앞으로는 홀리데이에는 돈을 벌기보다는 가족=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소히 파티도 하고 오롯이 쉼과 여유를 즐기는 생활을 해야겠다고 혼잣말을 말했답니다.
한동안 올린 글이 없어서 제 근황을 궁금해하시거나 이 사람이 드디어 게으름구간에 접어들었나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다시 힘을 내어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사실 게을렀다기보다는 이미 써놓은 글들은 있는데 지금 저의 마음상태에 비추어봤을 때 다소 적합하지 않은 내용들이라 생각해서 글을 고치고 다시 읽는 과정을 하다 보니 시간이 꽤 많이 흘러버려서 결국 글을 올리지 못한 상태로 새해를 맞이해 버렸네요?
워낙 생각이 많고 자주 자기반성과 고민을 하는 편이라 이제는 어느 정도 미국정착을 했다고 느끼는 요즘, 지금의 생활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진지한 고뇌가 많았습니다. 하하.
어느덧 미국 이민 3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미국에 오자마자 적응하는 시간을 한 달 보내고 바로 직장에 출근을 하느라 첫해에는 안 힘든 일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고생을 했답니다. 이미 나는 어른이고 많은 것을 우리나라에서 적응하고 살았는데, 여기 와보니 저는 신생아 수준이더라고요. 언어는 물론이요 행정, 법, 상식, 절차 모든 것들이 한국과 달랐습니다. 도대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다는 말이 딱 맞는 시간이었어요.
그래도 그 어려움들을 매일 겪어내고 방법을 찾고 버텨내니 이제는 참 많은 것들이 익숙하고 편해졌습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었어요.
이미 수십 년 미국에서 생활하신 분들이 부러웠던 입장에서 이제는 일부분 이해가 되는 입장이 되어보니, 그간 힘들었던 이민생활도 많이 안정을 찾았습니다. 어디든 직장생활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처음 발들인 곳에서 인정받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금은 명료해졌어요.
여전히 가장으로 살고 있고, 내가 고생하는 만큼 가족들이 편안히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커서 아직은 주말도, 휴일도 가능하면 일하고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어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 생활이 은퇴할 때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기에 몸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요. 다시 학교를 가기로 한 이유도 돈을 더 벌기 위함도 있지만 이왕 내 시간을 넣어서 해야 하는 일이라면 좀 더 전문적이면서도 나의 체력을 아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에요.
각자 자신의 장단점이 있을 텐데 저의 장점은 공부 즉, 배우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것입니다. 배운 것이 시험등의 성적과 무조건 비례하지는 않지만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알게 된 것을 통해 새로운 일들을 경험해 나가며 더 좋은 능력을 가지게 된 제 자신을 좋아해요.
반대로 단점은, 체력이 너무나 약합니다. 지금 미국 병원에서 어떻게 밤근무 간호사 일을 하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몸을 써서 하는 일들에 약체입니다. 아무래도 책임감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쉬는 날에는 무조건 10시간 이상의 수면과 질 좋은 식사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민 온 것에 대해 아쉬움이나 그리움보다는 만족감이 커요. 40대 중반의 간호사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실상 많지 않고, 그나마도 좋은 수준의 급여를 보장받는 일도 드물다는 걸 알거든요. 그리고 만일 내 직업과 연관 없는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졌더라도 실제로 실행하고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할 정도로 안정궤도에 오르는 일에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에 비교해서 미국에서는 나이와 출신을 떠나서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사회적 분위기가 열려있어서 꾸준히 노력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 경제생활은 유지가 가능합니다. 주변에도 자신의 전공이나 직업과는 관련 없는 일을 하시는 분들을 꽤 많이 보는데, 당연히 시작은 결코 쉽지 않지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다 보면 경제적 보상은 항상 따라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더 이상 아메리칸드림의 나라는 아니지만 여전히 기회와 가능성이 열려있는 곳이라는 사실은 맞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과 대우는 한국과 달리 매우 좋은 편이기 때문에 간호사로 이민을 온 것이 신의 한 수다!라고 생각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법적으로는 의료인으로 인정하지만 사회적으로는 그렇지 못해서 내 직업이 그냥 회사원이라고 생각하는 때가 많았는데, 미국에서는 어디서든 신뢰할 수 있는 직업으로 봐주기 때문에 여러모로 얻는 이득이 많습니다.
예를 하나 들면, 요즘 렌트집을 벗어나 보금자리를 찾는 중인데요. 은행에서도 간호사는 아주 안정적인 직업이라 대출을 받는 일도 수월하고 간호사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고 해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사실 이 넓은 미시간에 내 한 몸 누일 공간이 있을까 했거든요.
이제 작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쓴 지도 4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처음 글을 썼을 때와 지금은 사뭇 많은 부분이 달라졌네요. 우선 사는 곳이 바뀌었고, 마음으로만 꿈꾸던 일들 중 꽤 많은 일들을 조만간 현실로 이룰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었습니다.
달라지지 않은 것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마음과 저의 직업이려나요^^
작년에 마음만 먹고 실행하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그건 저의 생각과 제가 가진 정보를 많이 공유하는 것이었어요. 그렇지만 본업에 충실하는 것만으로도 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벅차서 약속을 지키지 못했었네요. 그래서 올해는 작년에 하지 못한 그 일을 꼭 해내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흐려지기에 기록을 남기는 것의 중요함도 알고, 지금도 누군가는 저의 경험과 생각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에요.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들도 열심히 살아낸 작년 한 해의 나에게 잘해왔다, 수고했다는 칭찬을 꼭 해주시길 바라고 2026년 올해에는 더욱 알차고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을 보내시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강한 마음과 몸을 지키시기를요.
지각쟁이지만 작년한해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드립니다.
올해도 자주 찾아와 주시고 공감해 주시면 제가 많이 행복할 예정이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