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호사의 야간 근무 루틴

익숙해진 만큼 보인다

by 미국간호사 Sophia

여전히 내과병동에서의 업무가 나에게 찰떡같이 잘 맞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많은 부분이 익숙해지고 능숙해져서 이제는 나의 루틴이 생겼다. 오늘은 미국 간호사가 야간근무를 하면 어떤 업무를 하면서 아침을 맞이하는지 나눠보려고 한다.


미국은 보통 12시간 근무가 병동에서는 기본이다. 7-19시를 많이 볼 수 있고 가끔 어떤 병원은 6-18시도 있다고 들었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7-19시 교대를 한다.


보통 출근하면 저녁 6:40에서 6:50 사이에 병동에 도착한다. 공식적으로 출근을 찍는 시간은 6:55지만, 담당환자를 파악하는데

시간을 쓰는 편이 안심이 된다. 대부분 환자들은 여러 가지 필요와 요구사항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10분이라도 먼저 가서 환자파악을 하면 업무를 시작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시니어 널스들은 나보다도 더 먼저 온다. 이건 우리 병동 특징인 것 같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닌데, 젊은 간호사들은 대체로 6:55부터 7:00 사이에 출근해서 클락인하고 환자는 인계받으면서 파악하는데 나도 이제는 조금씩 그렇게 하도록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불안하다. 영어보다도 업무스타일인 것 같다.


아침 7시와 오후 7시가 되면 허들이라는 것을 하는데, 전체조회(?) 같은 거라 생각하면 비슷할듯하다. 앞선 근무팀의 차지널스가 병동의 모든 환자들 중 특이사항이 있는 항목들을 적은 종이를 읽어주고 특별한 전달사항이 있으면 덧붙인다. 데이근무 때에는 널스매니저(한국으로 치면 수간호사이지만 하는 업무가 좀 다르긴 하다)와 교육간호사도 참여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허들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인계를 받으러 각자 흩어지는데(?) 미국은 내 담당환자가 누구인지 출근해야 알 수 있고, 데이근무 때 한 명이 보던 환자를 다 넘겨받는 게 아니라 환자의 상태나 이전 담당간호사의 요구에 따라 다음 근무간호사는 얼마든지 다른 환자를 구성해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환자인계를 주고받는다.


우선 복도에서 인계를 하고 나면 인계를 주고받는 간호사가 함께 병실로 들어가서 환자에게 자기소개를 하고 특이사항을 같이 확인하는데 귀찮을 때도 있지만 환자에게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는 시간이기도 해서 나는 항상 인사하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이렇게 인계가 끝나면 빠르면 7:30에서 늦으면 7:40 정도가 되는데, 대부분 환자들의 첫 번째 약 시간은 보통 9시이므로, 내가 맡은 컴퓨터와 자리를 정리 정돈하고 환자차트를 읽어보며, 오늘 어떤 일을 어느 순서로 진행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시간이 된다. 만일 그날 내가 차지널스를 맡는다면 밤동안 걸려오는 모든 전화를 다 받아줘야 하고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 역할도 해야 하니 마음의 부담이 좀 더 생기기는 한다.


우리 병원은 업무용으로 아이폰을 지급해 주고 병원시스템 앱에 접속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도록 작년부터 올해까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차지널스를 맡는 날은 특정 앱에 로그인하면 병동으로 오는 모든 전화가 나에게 오도록 설정이 된다. 그리고 언제 전화가 올지 모르니 가능하면 들고 다니면서 연락이 오면 제때 받아줘야 일이 밀리거나 꼬이지 않는다. 내 환자를 봐가면서 차지업무를 해야 하니 보통 좀 더 바쁜 저녁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8시가 되면 공식적으로 취침 전 약을 돌리는 시간인데, 환자의 상황에 따라서 우선순위를 정했어도 미뤄야 할 때도 있고, 줘야 하는 약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이때, 우선순위가 미리 정한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빨리 찾고 시간 내에 업무를 마치도록 애써야 한다.


우리 병원은 Epic이라는 의료정보시스템을 쓰고 있는데, 환자에게 약을 줄 때 약을 스캐너로 스캔해서 기록을 남기는데 이것을 근거로 나의 업무가 기록된다. 이유가 있어서 시간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면 괜찮지만 나의 업무를 평가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감시자가 있는 느낌이다. 매월말 매니저가 그 기록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과 잘한 부분은 캡처해서 메일을 보내주는 것에 처음엔 엄청 휘둘렸는데 이젠 완벽한 인간은 없으니까! 라며 무시한다.


취침 전에 루틴 피검사를 하기 때문에 약 주고 피 뽑고 바이탈재고 밤 10시까지는 모두가 분주한 시간이다. 급성기병동이라 우리 병동의 조무사는(NA라 부른다) 꽤 많은 업무를 할 수 있는데, 바이탈 측정과 혈당측정, 채혈을 위임할 수 있다. 담당 간호사는 환자의 전체 신체 사정과 변동사항 확인 및 약을 주는 것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위임을 한다는 것이지 그 결과나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담당 간호사의 책임이다. 팀워크가 중요한 이유이다.


취침 전 약 돌리기가 끝나면 환자들은 슬슬 잘 준비를 한다. 다들 집에서 자듯 잘 자면 좋은데 아파서 온 사람들이 어찌 편히 잘 수 있겠는가. 다들 아프다고 통증약 달라고 하고 전해질 불균형으로 보충해줘야 하기도 하고 갑자기 열이나 거나 상태가 나빠지기도 하니 밤이라고 해서 편안한 것이 절대 아니다. 그래도 내가 잘 보살피고 빨리 알아차리면 환자도 덜 고생하고 나도 덜 힘든 밤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사실 대부분의 밤은 바쁘다. 내가 맡은 환자 중 한 명이라도 상태가 달라지면 거기에 모든 정신과 체력을 쏟아야 한다. 게다가 다른 환자들도 상대적으로 괜찮은 것이지 모두가 입원해서 치료가 필요한 만큼 중한 상태이기 때문에 몸이 열개쯤 되면 모를까 매일 밤 할만한 날보다는 내가 환자가 될 것 같은 밤이 대부분이다.


간호사가 아닌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차팅이다. 그냥 했던 일 기록 남기는 건데 뭐가 그리 어렵냐고 말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 차팅이라는 것이 간호사의 업무 중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법적인 문제와 윤리적인 문제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지금 일하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Epic 시스템에서는 flow sheet(플로우시트)라는 것을 먼저 적는데, 이곳에는 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환자를 보고 듣고 만지고 두드린(?) 부분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서류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head to toe assessment(헤드 투 토 어세스먼트)를 하기에 폐음과 장음청진, 부종여부, 말초신경상태, 전체적인 피부상태, IV와 상처 또는 몸에 달고 있는 모든 장치에 대한 정보, 욕창이나 드레싱이 필요한 상처가 있는 경우 어떤 방식으로 드레싱을 했고 하기 전의 상태, 하고 난 뒤의 모습 등등 무척이나 자세하고 꼼꼼하게 적어야 하는 내용들이 끝이 없다. 어차피 반복하는 일이라서 계속하다 보면 보이고 기억하게 되어서 차팅 하는 것 자체가 어렵진 않지만 여러 환자를 한꺼번에 보고 시간이 흐른 뒤에 기억을 더듬어가며 환자상태를 기록하는 것은 경력이 없으면 어려운 일일 것 같다. 신기하게도 나는 환자를 보러 들어가서 보고 확인했던 것들은 기억에 그대로 남아있어서 모든 환자를 한꺼번에 다 보고 나서 자리에 앉아 몰아서 차팅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업무에 정해진 룰은 없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확한 내용만 쓰면 된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면 안 되고, 한 일에 대한 기록을 빼먹으면 내가 억울한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간호사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기록하지 않은 것은 하지 않은 일이 된다. “이다. 나도 내가 했던 처치나 행동 등은 빠짐없이 기록하려고 언제나 매우 노력 중이다.




자정쯤 되면 급하게 주는 약은 얼추 끝난다. 상태가 호전되어 곧 퇴원을 앞둔 환자들은 잠도 잘잔다. 잠 못 이루고 방황하는 환자들이 있어도 감당할 수 있는 수의 환자가 그런다면 또 충분히 상대해 줄 수 있다. 그날 밤근무가 할만했다고 하면 이 시간대에 슬슬 브레이크를 가거나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가끔 환자의 행동문제나 정신적인 상태 때문에 안전을 감시해 주는 추가인력이 있을 때도 있는데 정확히는 Safety attendant, 또는 우리는 쉽게 Sitter라고 부른다. 이들은 간호사의 눈이 되어주는 존재이고 환자를 터치하거나 간호를 직접 도와주지는 않는다. 15분마다 환자상태를 기록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도 나름대로는(?) 바쁘기도 하다. 환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밤을 보내주는 사람도 있고 그저 곁에 앉아서 자리만 지키는 사람도 있다. 섬망이나 불안증이 심한 환자들을 보러 와주는 시터 중에서 그렇게 이야기도 해주고 들어주는 사람이 오면 실제로 환자가 편안한 마음상태가 되기 때문에 나도 참 고맙다. 그러면 나는 그 방을 지나가다도 물이나 필요한 게 있는지 물어보고 챙겨주면서 함께 으쌰으쌰 밤을 보낸다.


취침시간 전에 채혈했던 결과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하고 밤동안 전해질 불균형이 심한 환자들은 새벽동안 전해질보충을 해준다. 먹는 약인 경우도 있고 IV백에 담긴 것이기도 한데 칼륨은 한 시간마다 한팩 씩 6번 달아주는 것이 프로토콜이라 걸리면 밤새 그거 하다가 아침이 된다. 그래도 환자에겐 중요한 약물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쉬면서 시간을 보내고 약을 최대한 끊기지 않고 아침이 되기 전에 주려고 애쓰긴 한다.


감염이 있어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아침이고 밤이고 정해진 시간에 약을 주어야 약효가 잘 유지되기 때문에 놓치지 않고 챙겨주어야 한다. 환자들은 자더라도 달아줄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시간에 맞춰 이방 저 방 다니다 보면 은근히 바쁘고 앉아서 쉴 시간이 없는 때도 많다.


아파서 잠을 못 자는 환자들도 챙겨야 하는데 보통 필요시에 줄 수 있는 약들이 4시간마다, 6시간마다, 8시간마다 등등 처방이 되는데 대체로 우리 병동의 통증약은 4시간마다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앞서 나열한 약들을 주면서 통증약까지 챙겨주려면 시간계산을 미리 잘해놓고 환자한테도 알려준다. 지금 약 먹었으니 앞으로 4시간 동안은 못준다, 몇 시에 다시 내가 아픈지 물어보러 오겠다는 식이다. 통증약물 대부분이 마약성 진통제라서 약물중독의 위험도 걱정이긴 하지만, 의사가 처방한 시간을 지켜서 주기 때문에 일단은 환자가 최대로 통증조절을 할 수 있는 만큼 스케줄을 알려주고 다음날 데이간호사한테 상황을 설명해서 시간을 조절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의논을 한다.


분명 데이근무보다는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인 것은 맞지만, 밤이라서 무조건 편하고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거동을 못하는 환자는 밤중에 대소변을 치워야 해서 일부러 깨워야 하기도 하고, 정신이 멀쩡하지 않은 환자들은 밤에 섬망이 심해져서 병동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상태가 나빠져서 돌아가시는 분들 중 꽤 많은 분들이 새벽에 운명을 하신다. 조무사가 바이탈을 재러 들어가서 환자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발견하는 경우도 있었다. 바로 한 시간 전에 물 갖다주고 왔는데 말이다. 그러나 밤시간에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병동을 운영하기 때문에 코드블루가 있어도 낮처럼 많은 사람이 오지 못한다. 그래서 같은 빌딩 어딘가에서 코드블루 방송이 나오면 우리 병동 레지던트도 죄다 뛰어나간다. 그동안은 우리 병동 환자들이 필요한 오더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오늘은 다행히 우리 병동에서는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고 아침을 맞이했다. 출근하는 데이널스들은 아직 피곤한 얼굴이지만 내가 인계를 주고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는 의미이므로 나는 조금 더 힘을 내고 버티자는 생각을 한다. 그리곤 빠짐없이 인계 주고 가려고 차트를 한 번 더 확인한다.


드디어 아침 7시가 되고 내가 출근해서 참석했던 허들을 다시 만난다. 내가 인계 줄 간호사들을 만나서 가볍게 수다도 떨고 인계를 주고 환자들에게 “나 이제 갈 거야 데이널스가 너 잘 챙겨줄 거니까 좋은 하루 보내”라는 인사로 퇴근 준비를 한다.


7:25 드디어 클락아웃! 공식적으로 퇴근을 했고 이젠 다음 근무출근까지 어느 누구도 나에게 전화를 하거나 물어보는 일 따윈 없다. 게다가 오늘부터는 이틀 쉬는 날이라서 피곤하지만 기분이 좋다. 집에 가서 몇 시간 눈 붙이고 점심 먹으러 일어나서 오늘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야지 하며 즐겁게 퇴근한다.




이제 많은 부분이 익숙해진 미국 나이트 간호사의 일과였습니다.


한국과 다른 점은 적은 수의 환자를 보지만 챙겨줘야 하는 부분은 훨씬 더 많다는 것과 퇴근하고 나면 직장의 스위치를 끄고 내 생활과 삶의 스위치를 켜고 지낼 수 있는 마음 편함이 있습니다. 이제는 당연한 일이지만 처음 미국에서 일하면서 참 감사하고 행복한 부분이었어요. 우리나라는 업무의 연장이 언제나 따라다녔으니까요.


어쩌면 이런 부분만으로도 한국에서 미국에 오기를 고대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대신 그만큼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더 많답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생각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미국에선 “너 면허 꼭 잘 지켜!”라는 말을 동료들과 참 많이 해요. 내가 생각 없이, 또는 확인 없이 했던 어떤 일 때문에 직장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간호사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잃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동료들 중 일부는 malpractice insurance라는 것도 들어뒀더라고요. 저도 무조건 병원이 나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요즘엔 하나 들어둘까 고민 중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이트 루틴을 공유하게 되니 저의 하루 근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저도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앞으로는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일 중간중간에 저를 위해 쉬어가는 시간도 좀 더 만들어야겠습니다.


한국에서 일하시는 간호사분들과 미국간호사의 일과가 궁금하신 분들께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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