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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간호사 Sophia Feb 26. 2024

이제 남은 것은?

이민선배가 후배들에게 남기는 말

 이민은 처음이기에, 여행이나 출장 말고는 해외에 오랜 기간 머물 방법이 없었고 잠시 학생으로 미국에서 지냈던 시간이 있었지만 그때 역시 한국의 모든 것을 두고 떠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새로운 나라에서 정착이라는 것을 하고 최소 1년 이상 한국에 오지 못한다면 무엇이 그리울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민을 간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궁금하고, 어떻게 이민이라는 것을 갈 수 있는 것인지 내 머리로는 알아낼 방법이 없는지라 그저 동경의 대상들을 대단하게 보던 어린 시절의 내가, 이제는 그 경험을 직접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낯설면서도 어쩐지 나 자신이 대견해졌다.


나보다 먼저 미국으로 건너간 분들의 소식을 듣거나 소셜미디어를 접해보니 이민을 간 나라와 지역에 감탄하고 만족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일도 많았지만, 반면 내가 태어나 평생토록 살아온 나라에서 누리던 평범한 것들이 실은 너무나 좋은 것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는 공통점을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할 후배들(?)에게 한국에서 먹던 음식, 가던 장소, 사람들을 최대한 만끽하고 오라는 조언들도 보았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던 음식 중 특히, 외식할 수 있는 것들은 충분히 먹고, 좋은 사람들과 일부러 시간을 잡고 만남을 가지며, 항상 시간이 허락지 않아서 가보지 못한 국내지역을 여행하는 것이 조언하는 선배들의 공통적인 추천이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랬다. 어쩐지 나도 그 말에 따라야 후회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냉면집과 뼈해장국을 미국에서는 접하기도 쉽지 않고, 그나마도 그 맛을 낼는지 기대하기 어렵고 밤에도 얼마든지 친구를 만나고 늦게까지 돌아다닐 수 있는 안전한 나라에서,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집순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미세먼지니 이상기후니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예전 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의 마지막 계절을 보낸다고 생각하며 이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맛도리를 놓치지 않고, 외출할 때 보이는 바깥풍경 하나도 소중히 담으며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든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는 법이니까.


그러다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 그간 내가 보냈던 시간과 노력, 아쉬움이 오버랩되면서 눈물바람을 맞을 것 같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보통 여행을 할 때이니 즐겁고 설레는 마음이 대부분이지만, 공부하러 한국을 떠날 때에도 기분이 이상했고 공항에서 가족들과 인사하는 것이 슬프고 울컥했었는데 아마 그보다 더 이상하고 묘한 기분을 이번에 느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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