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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간호사 Sophia Mar 20. 2024

한국 병원 근무 경험기 - 1

A병원 - 지역 상급종합병원

간호사가 되며 처음으로 다니게 된 직장이자 유일한 상급종합병원.


*참고로 상급종합병원이란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거의 모든 과목의 진료를 다 볼 수 있는 수준의 병원이다. 대학병원 중에 상급종합병원이 있고, 대신 모든 대학병원이 해당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연하게 통하는 룰인데 신규간호사가 되었을 때 일명 빅 5 등의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를 하지 못하면 그 이후에는 경력직으로도 들어가기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요즘에는 40대의 신규도 들어가기도 하고, 일반 종합병원의 경력으로도 이직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아주 희박한 수준이고 대부분은 큰 병원에서 경력을 시작해야지만 평생 상급종합병원의 경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가 일한 곳은 1000 병상이 넘는 정말 큰 규모의 병원이며 지방에 있는 광역시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역사가 깊은 병원 중의 하나였는데 당시 내 연고지가 그곳이었기 때문에 선택하였고 졸업을 앞두고 여기저기 다니며 취업준비를 하기에는 너무 벅차서 여기 한 곳만 서류를 냈는데 다행히 합격을 했다.


큰 병원답게(?) 백 명 단위 이상으로 신규간호사를 뽑았기에 약 10개월간의 웨이팅게일 생활을 했고 -합격 후 입사까지 대기하는 기간+간호사는 나이팅게일이라 불려서 합쳐진 신조어- 그 시간 동안 간호학사를 따기 위해서 독학사 공부를 하고 입사 한 달 전에 독학사 4단계 시험을 치렀다. 감사하게도 좋은 성적으로 간호학사를 취득했다.


이제 남은 건 병원에서 간호사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 태움이 기본이던 시절에 신규가 되었기에 혹시 나에게 닥치더라도 감당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혹시나 태움에 힘겨워 그만둘 수 있기 때문에 비빌언덕도 마련했다. (잠깐 공부하러 다녀왔던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비자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았다. 만 30세 생일 이전까지만 신청하면 만 31세 생일 전날까지 출국 시 인정되는 비자여서 9개월 정도의 근무를 해보며 도저히 안되면 도망갈 요량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나에게도 태움이 다가왔다.. 6개월 동안 매일 인간적인 무시와 감시를 당하며 익숙하지도 않은 일을 잘하려고 애써야 했고, 99%는 할 줄 알아야 자신 있게 해내는 내 성향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았다. 6개월이 되던 달 더 이상 못 견디겠다 싶어서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다행인지 그때부터는 나의 실력(?)을 태움을 주던 사람에게 갑작스레 인정받게 되면서 몸은 여전히 힘들지만 마음은 한결 편해진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비빌언덕이었던 호주 워킹비자는 놓아주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갔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ㅎㅎ


1년 7개월간의 경력을 가지고 퇴사를 하게 되었는데, 결혼 이후 배우자를 따라 먼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기에 홀가분하게 퇴사를 했다.


요약.

첫 경력은 힘들지만 규모가 크고 체계가 있는 병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느낀다. 그치만 진짜 힘들긴 하다. 이제는 못하겠다 싶지만 그래도 잘 견뎠다.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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