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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간호사 Sophia Apr 22. 2024

한국 병원 근무 경험기 - 2-3

우리나라에서 연구간호사의 미래는..

지난 글에서는 연구간호사의 장점에 대해 나열해 보았다. 그래서 이번 편에는 단점에 대한 부분을 숨김없이 말해보고자 한다.


가장 큰 첫 번째 단점은, 연구라는 분야 자체가 초기에는 이윤추구가 우선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의 성격이 강하고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자린고비가 울고 갈 정도의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좀 더 직설적으로 하면 매일 일하러 나와서 보이지 않는 수많은 업무를 하지만 그저 자리만 지키는 것 같아 보이는 연구원들의 인건비가 최소한으로 책정된다는 이야기다. 나의 경우에는 2015년 기준 연구원신입에 해당하는 급여였고 158만 원 정도가 실수령이었다. 지방이긴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며 받았던 급여와 100만 원 이상의 차이가 났고 연봉으로는 최소 1200만 원의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던 유일한 이유는 ‘연구간호사 경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를 넘길수록 올라가는 급여도 정말 많아야 10만 원 월급인상이었고 그중 두 번은 동결이었으며, 4년 차로 일했던 마지막해에는 나의 급여가 너무 높아서 연구비로는 더 이상 급여를 올려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당시 나의 급여는 200만 원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최저시급이 점점 올라가면서 신규로 입사하는 사람들의 급여는 자꾸 올라가는데 기존에 인력은 급여가 동결되는 요상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내 급여를 더 올려주게 되면 나에게 줄 급여로 간호사가 아닌 의무기록사를 채용하는 것이 더 이익이고 그 비용은 나 한 사람 반의 인건비가 된다는 말을 듣고선 ‘여기선 더 이상의 급여상승은 없겠구나’ 생각하며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물론 연구비에서 충당하는 인건비이긴 하지만 퇴직금등을 지급해야 해서 실제로 나에게 책정된 임금은 10퍼센트 정도가 더 많았겠지만 그건 어느 직장이나 법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것이기에 계산해서는 안된다. 지금도 공고에 올라오는 급여를 보면 250만 원 이상의 급여를 받으려면 경력이 있거나 종양파트처럼 업무량이 엄청나게 많은 부서를 가야만 하는 실정이다.

물론 업무에 대한 지식이 없고 경력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이마저도 나름대로 합리적인 초봉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느 분야든 날로 먹겠다는 마음이 아니라면 시간이 갈수록 업무의 능력은 늘고 그만큼 더 많은 업무를 바라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뒷바쳐주지 못하는 대가는 내가 더 이상 연구간호사를 하고 싶지 않게 만든 가장 큰 동기가 되었다.


두 번째 단점은, 연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논문에 나의 업적은 1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 연구간호사가 되었을 때 연구대상자를 선정하고 이들을 관리하며 얻고자 하는 데이터가 정확하게 기록되도록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직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눈문에 필요한 자료들과 부수적인 업무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 연구에 대한 업적에 나 역시 한 부분을 담당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일개 연구간호사로 주어진 일을 하는 인력에게는 쥐꼬리만 한 급여 이외에는 어떤 것도 보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해외에서 일하는 연구간호사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에선 연구간호사라는 거창한 이름뒤에 의학적인 지식이 있는 데이터 수집원이라는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솔직히 열심히 일해봐야 아무런 성취가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허황된 꿈을 가졌던 걸까? 그때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간호사는 전문직도 아니고 무슨 일을 해도 그만한 보상이 없으며 그저 다른 직업에 비해 나이 먹고 갈 곳이 조금 더 있는 직군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졌던 갓 같다. 내가 이러려고 힘든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한 걸까 하는 허탈함도 많았다.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일하며 전문성이 있더라도 승진과 직급상승 등의 발전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기의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그 일이 어떤 것이 든 간에 적절한 보상을 바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때로는 그 보상이 금전적일 수도 있고, 또는 자신의 영향력이 커지는 위치가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내 일을 잘 알고 새로운 것을 계속 받아들이면서 식견을 넓히려고 하는데 그에 걸맞은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결국 그저 그런 일을 하며 자족하고 안주하며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통장으로만 만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솔직히 쥐뿔도 없는 나지만 그런 건 원치 않았다. 적어도 내가 쏟은 노력과 열정은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했던 그동안의 일에서 남은 건 보상 없는 칭찬과 더 많은 업무였다.


결국 돈과 지위, 적절한 보상이 따라주지 않는 이 직업은 나에게 더 많은 기회와 미래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선 본격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2018년 11월, 나는 연구의 ‘ㅇ’도 모르던 간호사에서 성장한 나를 칭찬하며 새로운 길을 찾고 실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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