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잘못하여 용서를 구할 때도 있고, 용서를 받아야 할 때도 있다. 우리는 왜 용서를 해야 하는가? 용서하지 않을 때 마음속에 늘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분노에 사로 잡혀서 살아가기도 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고우울함 속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용서하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말은 “누구 좋으라고 용서하나?”라는 말이다. 지금까지 상대방에게서 고통을 받고 살아온 것만 해도 힘든데 상대를 용서해서 상대방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용서는 누구보다도 나 좋으라고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내가 용서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에 미국의 한 대학교의 교수인 에버렛 워딩턴이 쓴 “용서와 화해”라는 책을 읽으면서였다. 에버렛 워딩턴은 강도에 의해서 어머니가 살해되면서 마음속에 일어나는 강도에 대한 분노로 인하여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더 이상 매일 분노 속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이 살기 위해서 용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면서 “용서와 화해”라는 책을 저술하였던 것이다. 그 책에서 에버렛 워딩턴은 용서에 도달하는 다섯 단계를 “REACH”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상처를 회상하라 (Recall the hurt). 공감하라 (Empathize). 용서의 이타적 선물을 기억하라(Altruistic gift of forgiveness). 용서를 선언하라 (Commit publicly to forgive). 용서를 지속하라 (Hold on to forgiveness).라는 다섯 가지의 단계로 용서를 시도하고 있다. 이 다섯 용서의 단계를 부부간의 용서의 단계로 적용해 보려고 한다.
상처를 회상하라
용서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상처를 받게 되면 자신이 상처 받은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상처 받은 것을 회상하는 것 자체가 괴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처의 치유와 용서는, 상한 마음의 존재를 인정하며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시작되는 것이다. 상처 받은 사람은 자신이 상처 받았음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사는 것이 다 그러지 뭐, 상처 없는 사람이 있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상한 마음이 있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상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도, 용서를 시작할 수 도 없다. 일단, 내가 상처 받은 것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배우자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살아간다. 배우자가 내게 상처를 주어서 내 마음이 아프고, 감정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서 용서의 첫 단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상처를 준 사람을 공감하라
용서의 두 번째 단계는 내게 상처를 준 대상에 대하여 공감하는 것이다.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을 공감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내게 상처를 준 배우자에 대하여 내가 왜 공감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상한 마음을 치유하고 상대방을 용서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향한 공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람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공감하지 않으면, 그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게 상처를 준 배우자를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 먼저 나의 배우자가 나에게 상처를 주기 전에 그의 과거에 그 자신도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어린 시절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생각해 보자. 나의 배우자는 태어나서부터 부모님에게 사랑을 받고 성장한 사람이었나? 부모가 다른 자녀는 편애하고 나의 배우자에게 사랑의 표현이나 인정이 인색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마음속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분노가 생겼고, 그 분노가 어른이 되기까지 감추어져 있다가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그 분노를 표현하고, 결국은 나에게도 그 분노를 표출하여 나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을 수 있다. 아니면 부모가 과잉보호를 하여서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성인 아이가 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서 떠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부모 의존형 사람이 되어 있을 수 도 있다. 어려서부터 수많은 상처와 거절감을 받아서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굶주려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집착을 하거나, 여러 가지 중독으로 인하여 고통하고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배우자의 과거의 이야기를 생각하다 보면, 나의 배우자가 나에게 왜 그런 상처를 주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배우자의 상처를 생각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배우자가 불쌍한 마음이 들고, 배우자를 향한 공감의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배우자가 내게 고통을 주었지만, 배우자도 알고 보면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돠고 배우자에게 공감을 하게 된다.
내가 받은 용서의 이타적 선물을 기억하라
내게 상처를 준 배우자에게 용서를 베푼다는 것은 그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아직도 내게 상처를 준 대상에게 선물을 준다는 것은 마음이 용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여태 받았던 선물이다. 나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실수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살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나의 실수를 용납해주고, 나를 용서해 준 사람이 있지 않았는가?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용서나 용납을 받은 기억을 살려보자. 내가 그렇게 용서를 받았던 것처럼, 나도 이제는 내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용서의 선물을 베풀겠다고 결단하는 것이다. 나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의 삶에 중요한 좌우명이 되는 말이 있다. 그 말은 “네가 받기를 원하는 만큼, 남에게 베풀라는 것이다” 내가 받기를 원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베풀 때 인간관계가 제대로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용서를 선언하라
이 단계에서는 내게 상처를 준 배우자를 용서한다고 스스로 선언하는 것이다. 마음으로 생각만 하는 것과 실제로 입을 열어 고백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사람은 생각한 것을 말로 고백할 때 그 고백은 우리의 결심을 더욱 강화시키는 힘을 준다. 내게 상처를 준 배우자를 내가 용서한다고 마음에 결심하고, 실제로 배우자에게 용서를 하겠다고 선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배우자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장 동료, 친구, 주변의 사람들과 같이 우리가 자주 만나는 사람도 있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 만날 수 없는 대상들에게도 적용이 된다. 만날 수 없는 대상의 경우에는 스스로 용서를 고백하고 난 후 용서 증서를 만들어서 스스로 읽어 보는 것도 좋다. 용서의 대상을 직접 만날 수 없는 경우 자신의 앞에 빈 의자를 가져다 두고 그 빈 의자에 내게 상처를 준 대상이 앉아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향하여 내가 받은 아픔을 이야기한 후, 용서를 선언해도 좋다. 내가 받은 상처를 이미 여러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경우, 그 사람들 앞에서 나의 용서의 결심을 선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와 같이 나 스스로가 용서를 선언할 때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은 힘을 점점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용서를 지속하라
우리의 상한 감정은 한번 용서했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용서를 한다고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상처를 준 사실이 다시 기억이 나고, 마음속에 다시 분노의 불이 솟구쳐 올라올 수 도 있고, 마음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하게 된다. “내가 이미 용서를 했는데 왜 내 마음속에는 이런 감정이 다시 떠오르는가?” 하는 생각에 들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을 알아야 한다. 인간의 뇌에는 ‘지움 버튼’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상처 받은 기억과 감정은 잊히거나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용서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또다시 과거의 상한 감정이 다시 마음에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용서는 단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계속해서 반복되어야 할 사건인 것이다. 용서는 시간이 걸린다. 생각해보자, 오늘까지 살아오면서 오랜 세월 동안 상처 받고 살았다면 그것이 한순간에 해결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용서를 지속해야 한다. 다시 상한 감정이 올라와도 또다시 용서하겠다고 결단하고 다시 용서를 시도하고 용서를 선언하는 것이다. 그럴 때 마음의 상한 감정이 조금씩 더 아물어 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실수를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고 살아간다. 세상에 완벽하고 완전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부부도 완전하고 완벽한 부부는 없다. 부부는 서로가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실망을 안겨 줄 수 도 있다. 한 순간 잘못 생각한 판단으로 배우자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 줄 수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좌절하고 고통의 감정 속에서 살아갈 것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연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서로가 상처 받은 사람인 것을 공감하며, 서로를 용서하며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