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에서 아침을
민트색 선물상자를 전 세계 여성의 로망이 되게 만든 영화, 가능성 많은 여자 배우 오드리 헵번을 세계적인 여배우로 탄생시킨 영화 바로 ‘티파니에서 아침을’입니다.
주인공 홀리는 뉴욕의 상류사회 진입을 꿈꾸는 그렇기에 물질적인 면을 열심히 뒤쫓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천진난만한 모습이 있는 여자입니다. 원작인 소설에서의 여주인공은 계층 이동을 위해 못할 것이 없는 물질적이고 콜걸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지고 원작자가 마를린 먼로를 추천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드리 헵번을 주연으로 뽑은 감독은 단순한 Material girl의 이미지가 아닌 독특하고 자유스러운 영혼을 가진 이미지를 주인공 홀리에게 부여합니다. 이런 포인트는 당시 도시화와 자본주의에 대한 반항이 조금씩 생기던 시대적인 상황과도 맞아떨어져 훨씬 더 영화의 성공에 기여하게 되죠.
처음 본 옆집 남자에게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하는 모습이나 창가에 앉아 기타를 치며 직접 Moonriver 를 부르는 모습 등을 통해 60년대를 휩쓸 히피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멋진 주얼리와 지방시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통해 아주 우아한 그래서 오히려 상류사회의 부자보다 훨씬 더 품위가 느껴지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는데요, 이렇듯 단순히 돈만 좇는 여자들과 달리 독특한 취향을 가진 독립적인 여성인 홀리, 감독은 이런 홀리의 캐릭터를 암시해 주는 미니멀 스타일의 가구와 소품으로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를 완성시키고 있습니다.
그럼 모두 함께 홀리의 방을 살펴볼까요?
방은 특별히 가구라고 부를만한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독특한 모양의 소파와 여행가방을 수납가구처럼 쌓아 놓은 점이 눈에 들어오는 데요, 소파를 한 번 자세히 보시죠.
우리가 흔히 카브리올 소파라고 부르는 프렌치 앤틱 스타일을 독특하게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욕조를 리폼해서 새롭게 탄생시킨 소파인데, 욕조를 단면으로 잘라내고, 욕조의 바닥면에 seat 쿠션을 사이즈를 맞춰 올렸습니다. 기존의 욕조 다리가 카브리올 소파의 다리와 유사한 형태를 구성하며 마치 프렌치 앤틱 스타일 같은 디자인을 완성시켜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카브리올은 오픈카를 지칭하는 cabriolet가 아니라 발레 용어인 cabriole입니다.
오른쪽 발레리나를 보시면 한 다리를 바닥에 대고 나머지 다리를 바닥과 수평하게 위치시켜서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상당히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동작을 하고 있는데, 소파의 다리가 이런 발레의 춤 동작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카브리올 소파'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카브리올 소파의 디자인적 특징은 소파 다리와 이 다리와 수평을 이루고 있는 소파 아래 돌출되어 있는 나무 지지대의 연결 부분을 어떻게 디자인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카브리올 소파들은 루이 15세의 재임 기간인 19세기에 등장하기 시작한 소파이며, seat쿠션은 본체와 분리되어 있지만 back cushion은 본체에 포함된 일체형으로 주로 제작됩니다.
앤틱가구를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아마 한 번쯤은 써보고 싶어 하는 가장 기본 아이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 속 소파는 영화 속에서 상류사회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여자 주인공의 상태를 암시하는 기호로 사용되었는데, 프랑스 왕가가 사랑했던 디자인을 욕조를 이용해 재해석해낸 감각이 놀랍습니다.
소파 앞의 테이블 역시 과일 등을 저장하는 나무상자를 재활용해서 상당히 현대적인 미니멀 라이프의 디자인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데, 주인공의 자유분방한 집시 같은 캐릭터를 강조하면서 소파로 치환되어 있는 욕조의 매끄러운 화이트 플라스틱 재질과 거친 나무의 재질을 믹스 매치시켜 인테리어 전반에 소재의 질감을 녹여내는 놀라운 데코 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세심한 디테일을 꼽자면 나무상자 아래에 깔려있는 얼룩무늬의 송치 러그인데요, 빈티지 의상을 믹스 매치한 패셔니스트가 화려한 디자이너 슈즈를 신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신가요?.
두 번째로 홀리의 방에서 눈에 띄는 인테리어 요소는 여행용 트렁크를 사용한 수납입니다.
홀리의 방에는 별다른 수납이 보이질 않습니다. 여행용 트렁크가 차곡차곡 싸여 있을 뿐인데, 이 모습을 처음 본 옆집 사는 남자는 홀리에게 '방금 이사 왔냐고' 물어보고, 홀리는 '아니요 1년을 살았다' 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홀리에게 있어서 이 방은 뭔가 다른 세계로 떠날 준비를 하는 공간입니다. 그렇기에 항상 쉽게 떠날 수 있는 여행용 트렁크 안에 수납을 하고 있는 건데요, 비우는 삶의 대명사인 미니멀 스타일의 결정판인 것 같습니다.
여행용 트렁크는 사실 그 시초가 집에서 사용하던 가구를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간이 가구였습니다. 지금처럼 각자가 가방을 끌고 다니던 시절이 아니라, 여행에도 하인들을 동반하고 자신의 의상과 보석 그리고 모자 등을 지니고 다녀야 했던 귀족들의 삶에서 나온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렇다 보니 여행용 가방을 다시 수납가구로 변용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들도 많이 있습니다.
빈티지 트렁크들을 리사이클링 해서 만들어낸 재미있는 가구들입니다.
오래된 트렁크 하나하나를 서랍으로 개조했습니다.
이것 역시 오래된 트렁크를 개조했는데 이번 껀 일반적인 상상을 뛰어넘네요
아니 이게 어떻게 트렁크야 라고 생각하고 계시나요?
미국의 유명한 앤틱 리사이클 업체인 Restoration Hardware에서 작업한 작품입니다.
유럽의 앤틱 마켓에서 구입한 대형 트렁크를 가지고 재미있는 책장 겸 책상을 재구성해내고 있습니다.
사실 위의 컨셉들은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최초의 여행용 트렁크들 디자인에 있어서는 그리 특별한 건 아닙니다.
루이비통도 여행용 트렁크로 시작해서 오늘날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는데요, 위와 같은 사각형 형태의 트렁크는 오늘날과 달리 귀족들 위주의 19세기 여행객들에게는 여행하는 기간 중에 그들의 품위를 유지시켜줄 상품들을 옮겨야 하는 목적에 딱 맞게 고안된 가방이었던 것이죠.
그럼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세트 장식에 사용된 인테리어적 요소 중에 전체적인 색상과 톤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두운 바닥 색과 대비되는 화이트 계열의 색조를 방 전체에 사용하며 미니멀 스타일링을 완성시키고 있습니다. snow-white에 베이지 색상으로 살며시 악센트를 주고 있고, 특별한 조명 없이도 큰 창을 통해서 자연광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빛이 비치는 부분과 그림자가 지는 공간마저도 자연스럽게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미니멀 인테리어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Less is More 가 아닐까 합니다. 다시 말해서 인테리어 콘셉트의 중요 포인트만을 살리고 나머지는 최대한 심플하게 하는 것인데요, 내 집 꾸미기를 궁리 중이시라면 다가오는 주말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오드리 헵번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미니멀 인테리어를 한번 배워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녀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Moonriver란 멋진 보너스도 잊지 말고 챙기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