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넷
가구중에 가장 인기가 높은 아이템은 아마도 의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시간 우리의 몸을 지지해 주어야 하는 기능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공간을 꾸미는 데 있어 의자 디자인이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은 그보다 더 크기 때문일텐데요, 이번 편에서는 하나의 의자 디자인이 함축하고 있는 기호가 다양한 영화속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 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토넷
19세기 중반 오스트리아의 가구 장인인 토넷이 자신이 발명한 벤트우드라는 혁신적인 목공 기술을 이용해 디자인한 No.14 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순수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첫번째 의자 모델입니다. 20세기 초에 등장하는 모더니즘이 추구하고 있던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 단순미 그리고 대량생산등의 미학적 요소를 거의 50년이상 앞서서 낸 제품으로 모더니즘 시기의 대가인 르꼬르부지에로 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후 오리지널 디자인에 약간의 변형을 준 다양한 확장 버전이 등장합니다.
토넷 의자가 가지고 있는 이런 미적 특징은 많은 영화 세트 디자이너와 감독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 결과 <시민 케인>에서 <라라랜드>까지 다양한 영화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의자가 등장하는 각각의 장면들을 한번 보시죠.
1. 라라랜드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영화 라라랜드에서 세바스천이 미아를 데리고 간 재즈 카페입니다.
진정한 재즈를 몰라주는 현실에 실망한 주인공 세바스천이 재즈가 싫다는 미아를 데리고 간 재즈바 더 라이트하우스 카페 입니다. 진정한 재즈가 무엇인지를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남자의 모습을 담고 있는 재즈바의 의자에 토넷 의자가 등장합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깊이 없이 멋만 부리는 세상의 모습과 달리 아직도 기본을 간직하고 있는 그래서 주인공이 가장 사랑하는 재즈바의 의자로 이토록 오랜 기간 기본에 충실한 단순한 디자인으로 사랑을 받아 온 토넷 만큼 영화의 내러티브를 풍부하게 채울수 있는 소품이 있을까요?
2. 카바레
이미 오래전에 클래식이 되어버린 영화 <카바레>입니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리자 미넬리가 카바레 배우로 등장해 무대위에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장면인데
백댄서들이 토넷을 무대소품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견고한 비취원목을 스팀을 사용해 휘어지게 해서 만든 토넷 의자는 단순한 구조를 통해 아주 견고한 품질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자가 처음 소개된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대략 5000만개가 팔려 의자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기에 20세기 초반 유럽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의자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당시 관객들에게 친숙한 이 디자인은 특히 카페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그런 다양한 기호들이 베를린의 유명 카바레를 재구성해야 하는 영화속 디자인팀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요?
토넷의 시대를 뛰어넘는 이 클래식 디자인은 좁은 공간에도 넓은 공간에도 그리고 원형이나 사각등 테이블의 모양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고 영화속 한장면 같은 쉬크한 인테리어를 완성시킬 수 있는 필수 아이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