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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eHee Sep 20. 2024

'엄마, 내가 한국 갈게!'라고 했지

늘 한국에 오고 싶었던 딸내미


학기가 끝나는 시점은 늘 설렘으로 가득 찬다. 끝마치고 바로 한국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때였다. 4년간 나의 롤모델이 되어준 친한 언니 덕분인지 (어릴 때 이민 온 언니는 자랑스럽게 학교를 차석으로 졸업했다),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치열했고, 열정을 쏟아 공부에 몰두했다. 그 결과로, 생각지도 못한 차석 졸업생으로서 발표문을 준비하라는 통보를 학교로부터 받았다.


가족에게 이 소식을 전했을 때, 모두가 매우 기뻐했다. 가족들은 이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물어보셨다. 나는 가족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루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졸업식이 형식적인 행사로 느껴졌기에 다음에 오시라며 가족을 설득했다.




그렇게 졸업식을 마쳤다. 가족들은 오지 않았고, 나는 곧바로 한국으로 떠났다. 영상은 없었지만, 그때 찍은 사진을 보여드리며 졸업했다고 대충 말씀드렸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그때 그 기회는 소중한 것이었다. '엄마, 내가 한국 갈게! 한국에서 보면 되지.'라고 늘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기회는 내가 지난 4년간 함께한 학교, 친구들, 동네, 모든 것을 가족에게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고,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미국에 며칠 더 머무르는 것이 두려워 큰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그리고 가족들은 그 후에도 시간적 여유나 상황이 되지 않아 나의 유학생활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


유학 생활 중 가장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가족을 졸업식에 초대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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