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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eHee Sep 06. 2024

배구와 소프트볼을 합니다

팀 스포츠, 나의 학교 생활의 낙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팀 스포츠 생활'이라고 말할 것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 고등학교에는 야자 시간이 없었다. 매일 8시쯤 시작하는 하루는 오후 3시에 끝나고, 그 후엔 방과 후 수업도 없어서 운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우리 학교는 규모가 작아, 소수 종목만 운영되었는데, 나는 봄에는 소프트볼, 가을에는 배구에 매년 참여했다. 특히 나의 호스트 가족이 해당 팀 코치로 일하고 있었기에, 이 스포츠를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받았다.


우리 학교 스포츠 종목

봄: 야구, 소프트볼, 크로스컨트리

가을: 배구, 축구

겨울: 농구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친구들보다 뒤처진 기분에 마음이 조급했다. 미국은 슈퍼볼이나 프로야구가 엄청난 인기를 끄는 나라였고, 많은 친구들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운동을 접해왔다. 그런 친구들 틈에서 친구들을 따라잡기 여간 어려웠지만, 내 포지션을 배웠을 때의 기쁨과 팀으로 활동한다는 소속감이 더 크게 다가왔으므로, 운동 연습과 경기 시간은 나에게 큰 행복이었다.




심지어 긴 여름방학 동안 매년 한국에 가는 것은 나의 큰 도피처이자 재충전의 시간이었지만, 그 기간 동안 운동을 못하는 것은 내게 아쉬움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어느 해에는 운동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행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여름방학을 한국에서 보낸 해에는, 방학 동안 실력을 늘린 친구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는데, 한 번은 무리하게 배구 연습을 하다가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어 오랫동안 운동을 못하게 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통증도, 나를 멈출 수 없었다! 보조대로 운동을 병행하며 그 해를 보냈다.




소프트볼 시즌은 봄에 시작되지만, 겨울에도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겨울철 움츠릴 수 있는 나를 부지런히 움직이게 했다. 꽃샘추위라도 올 때면 우리는 히트텍과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부지런히 몸에 열을 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9회 말, 0:0으로 팽팽했던 시점에 상대 팀 타자가 내 쪽으로 공을 쳐냈을 때였다. 그 순간 위를 집중하며 바라보았는데, 해가 내 눈을 강타하며 공은커녕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공이 내 머리로 떨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순간 공이 내 앞에 떨어졌다. 서둘러 공을 잡아 홈으로 던졌지만 경기는 1:0으로 끝났다. 아직도 그날의 경기가 생생하다. 공을 놓친 게 팀에게 누가 된 것 같아 경기가 끝나고 눈물이 났지만, 이제는 그 기억이 오히려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다.


지금도 나는 종종 캐치볼을 하고, 배팅케이지에서 연습을 즐거워하며, 배구 서브가 성공할 때 희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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