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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eHee Sep 13. 2024

익숙하지 않은, 떠나보내는 마음

매 순간 안녕은 어렵다


미국 고등학교 2년 차부터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한국 국제 학교에서 소수의 한국인 학생들이 왔다.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친구들이라니! 너무 반가운 마음에 한국말로 자기소개도 하고, 같이 모여 한국 음식도 만들어 먹기로 했다. 잠시나마 새 학기 대화를 즐기고 있었는데, 곧 학교에서 한국말 금지령이 내려졌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영어가 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른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이해는 했지만, 우리가 한국어 대화를 포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우리는 서로 영어로 대화해야 했기 때문에 급격하게 말수가 없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를 어겼을 시 방과 후 수업을 해야 했으므로, 우리는 제법 룰을 열심히 따랐다.




한국 친구들과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나는 늘 상상했던 한국 여고생활 분위기와 그 특유의 끈끈함이 그리웠기에, 한국 친구와 보내는 시간은 매우 소중했다. 우리는 함께 웃고 떠들며 서로 알아갔다. 물론, 슬립오버도 빼먹지 않았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주말에 머리가 너무 아파서 걱정이 됐거든. 그래서 호스트 가족에게 '병원에 가야 한다'라고 말했어. 그랬더니 병원에 데려다주고, 갑자기 뇌 MRI 촬영까지 하게 되었어. 그냥 머리가 좀 아팠을 뿐인데."


나는 깜짝 놀랐다. 그래서 검사 비용을 묻자 친구가 대답했다.


"미국에서 했으니 엄청 비쌌지. 백만 원도 훨씬 넘었어."


동네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으려 했을 뿐인데, "I need to go to hospital"이라는 말에 호스트 가족은 즉시 친구를 큰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를 받게 했다. 그때 우리는 "병원(hospital)""의사(doctor)"의 차이를 크게 실감하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에게 반드시 "병원보다는 먼저 의사를 찾아라"라고 조언할 것이다.


“I need to go to see a doctor.




학교에서 알게 된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1년 동안 온 교환학생이었기 때문에, 두 학기가 끝나면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새로 온 학생과 매해 헤어질 때마다 겪는 일이므로 이별에 익숙해질 법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이 든 친구들과의 작별은 항상 너무 아쉬워, 정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타지 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낸 우리는 그 누구보다 큰 위안이 되었고, 함께 나눈 시간은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함께 나눈 향수병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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