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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캐리 Nov 23. 2020

시간 여행은 정말 카이로스의 선물일까? 첫 번째.

드라마에서 시간 여행하는 법.

시청자들은 <커피 프린스 1호점>과 같은 작품을 보며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짜 드라마에서 시간 여행을 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인간이 과거나 미래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혹은 다른 시간대의 누구와 연결된다는 것은 너무도 매력적인 요소이기에 언제나 작가들은 시간 여행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나 역시 작가를 꿈꾸는 사람답게 시간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나의 두 번째 웹소설로 만들어 냈었다.








내가 처음 접한 타임 슬립 물은 영화 <시월애>였다.

(2000년 개봉/각본 여지나 감독 이현승/이정재, 전지현 주연)

당연히 개봉할 당시에 영화를 본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초등학생이던 시절에 엄마가 빌려온 비디오로 이 영화를 접했던 기억이 있다(옛날 사람). 요즘은 인터넷만 되면 어디서든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지만 그때는 비디오 가게에서 투박하고 네모 반듯한 비디오를 빌려 집에 있는 비디어 카세트에 친절히 집어넣어주어야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가끔 테이프가 기계 안에서 씹히면 안 찢어지게 조심조심 끄내서 손으로 다시 돌돌 말고 그랬었는데... 그거 다 말면 이상하게 뿌듯하고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그런 손맛을 몰라요, 몰라.

아무튼 그렇게 본 영화 중 하나가 <시월애>이다. 타임슬립이라는 말이 더 대중적인 것 같아 그 단어를 사용하기는 했으나 이 영화는 엄밀히 말하자면 타임워프 장르이다. 타임슬립은 뭐고, 타임워프는 당최 뭐냐 물으신다면, 저도 아직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저도 잘 몰라요, 그냥 혼자 공부하는 거예요(당당).


시간을 소재로 하는 것도 그 방법이 너무도 다양하다. 타임슬립도 있고, 타임워프도 있고, 타임루프도 있고, 타임리프라는 것도 있다(혼돈의 카오스). 그냥 타임슬립이라고 다 통일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 아닌 바람이 있기는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기에 작가 지망생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 정의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







타임슬립은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 여행의 패턴으로,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주인공이 과거나 미래로 가 있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이다.

(SBS/극본 조윤영 연출 김규태/이지은, 이준기, 강하늘, 강한나 등 주연)

주인공 해수(이지은 분)는 21세기에서 별안간 1000년 전 고려 시대로 뚝 떨어진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떠한 초월적인 힘에 의해 과거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타임슬립의 기본 설정을 잘 따랐다고 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동시간대에 방영되었던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드라마에 가려 큰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마지막 회가 끝난 뒤에 섣불리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여운이 엄청난 드라마이다. 왕소... 죽지 말고 꼭 해수랑 다시 만나...






타임루프와 타임리프는 주인공이 동일한 시간대를 반복해서 경험하며 전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려 노력하는 것이다. 따라서 두 가지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너무 어렵기도 하고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귀찮아서 그런 게 아닙니다), 굳이 구분을 해본다면 주인공에게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다. 타임루프가 타임슬립과 같이 초자연적인 힘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이라면 타임리프는 주인공 스스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이동한다.

타임루프는 아주 유명한 영화 <이프 온리>로 모든 설명이 가능할 듯하다. 예전에 <방구석 1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타임리프 형식이라고 소개했지만, 혼자 열심히 공부한 작가 지망생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프 온리>는 타임루프가 맞다. 애인이 죽어 슬픔에 잠겨 있던 남자 주인공이 어느 날 잠에서 깨어 보니 애인이 죽던 그 날로 돌아왔다. 같은 하루가 똑같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타임루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국 영화 <하루>에서도 같은 하루가 여러 번 반복된다. 주인공이 딸이 죽었던 그날, 똑같은 몇 시간을 계속 반복하면서 딸을 살리려 노력하는 내용이다.

하루를 반복하는 내용이라면 역시나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빼놓을 수 없다. 무려 1991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아직도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이런 종류의 영화가 나올 때마다 소환되고 있다. 뭔가 큰 사건이나 임팩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내일이 없는 삶이 얼마나 끔찍한지,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만남이 얼마나 슬픈지에 대해  잔잔하고 유쾌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프 온리> 만큼 재밌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지만, 빠른 흐름으로 타임 루프라는 것이 뭔지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기에 멜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꼭 한 번 볼 만하다.




주인공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사용하는 타임리프 영화의 대표 작품은 영화 <어바웃 타임>이다. 주인공이 아버지를 이어 대대로 뭔가 갑자기 용을 쓰면(?) 원하는 시간대로 돌아갈 수 있는데, 그 본새 나는 능력을 십분 활용해 마음에 드는 여자와 능수능란하게 연애를 이어나간다. 이렇게만 보면 굉장히 연애 영화 같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그냥 우리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많은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사실 이미 내 또래의 많은 여성이 이 영화를 인생 영화로 꼽고 있기에 안 본 사람은 꼭 보길 바란다. 







타임워프는 두 개의 다른 시간대가 동시에 그려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의 사람과 과거의 사람이 어떤 도구를 이용해 소통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영화 <시월애>의 내용이다. 이 영화 역시 개봉 당시에 그렇게 크게 히트를 치지는 못했지만, 키아누 리부스와 산드라 블록이 주연을 맡은 <레이크 하우스>라는 이름의 영화로 리메이크될 정도로 괜찮은 시나리오였다. 영화의 마지막에 과거의 남자 성현(이정재 분)이 미래의 여자 은주(전지현 분)를 찾아온 장면은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꼽는 명장면이다.

비슷한 작품으로는 더 유명한 영화인 <동감>이 있다. 두 영화 모두 다른 시간대의 두 사람이 이어져서 각자의 삶에 영향을 주고받는 설정을 하고 있다. 감성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사실 어떤 장르를 좋아하 건, 두 영화는 누구라도 감명 깊게 볼 영화들이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 이야기를 해보자면, 타임워프를 선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드라마 <시그널>이다.

(tvN/ 극본 이은희 연출 김원석/이제훈, 김해수, 조진웅 주연)

네, 맞아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 레전드 드라마요. 많은 사람이 인생 드라마로 뽑는 <시그널>은 왜 드라마에서 각본이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사실 타임워프 장르의 특성상 앞 뒤 상황이 조금이라도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내용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 과거에 있는 사람의 행동의 결과로 현재가 바뀌는 것을 동시에 보여 주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 묘사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작가가 이러한 이야기를 쓰는 것은 동시에 진행되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정확히 맞아떨어졌을 때의 시청자가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시그널>은 시청자에게 상당한 쾌감을 준 작품이기에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 드라마를 기억한다.








타임워프를 잘 보여주고 있는 또 다른 작품이 바로 2020년 10월부터 방영된 드라마 <카이로스>이다.

(MBC/ 극본 이수현  연출 박승우, 성치욱/이세영, 신성록, 안보현, 남규리 주연)

2020년에는 <부부의 세계>, <슬기로운 의사생활>, <펜트하우스>, <경이로운 소문>, <이태원 클라쓰> 등 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가 많이 방영되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해 최고의 드라마는 <카이로스>이다.









(모든 사진의 출처는 해당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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