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러닝기록#1
작년부터 계속해서 러닝을 하고 시도하고 있지만 날이 춥다고, 비가 온다고, 날이 덥다고,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만들어내는 나를 발견했다.
한 시간을 뛰면 이동 시간과 씻는 시간 등을 포함해서 두 시간 가까이 필요하다. 도저히 뛸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금 나는 편견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왜 한 시간을 뛰어야 하죠?
30분, 20분 아니면 10분이라도 뛰면 안 뛰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10분이라는 시간을 떠올리면 이효리의 10 Minutes 이 떠오르는 나는야 옛날 사람
댄스가수 유랑단에서의 효리 언니의 모습을 떠올리면 같은 세대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기도 하다. 아무튼! 10분을 뛰어보기로 했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뛰어 보는 거지. 6시에 기상하기로 하고 그에 맞춰 잠을 조금 일찍 청하기로 한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100일 정도 꾸준하게 조금씩 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혼자 하면 자꾸만 쉬어가고 싶으므로 함께하기를 택했다. 밑미리추얼 달리기와 글쓰기를 통해서 같은 목표를 위해 달리는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을 함께 나눠보려고 한다.
달리기를 하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에세이 형태로 적고 있다. 기록의 힘을 느낀다.
같은 것을 바라보더라도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나의 견해와 마음들. 지나가는 것을 붙잡아 둘 수 있는 방법은 글로 써 내려가는 것뿐이다.
알람이 울리자 '나는 오늘도 운동하는 멋진 사람'이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일어났다.
오늘은 공원 딱 한 바퀴만 도는 거야. 어제 10분을 뛰어 봤을 때 조금 아쉬웠으니까 15분을 목표로 뛰어보자.
뛰고 나서 기분이 뿌듯했다. 오늘의 할 일을 모두 마친 사람처럼. 8월의 시작이다. 8월은 업무적으로 바쁠 예정인데 그 사이에 지치지 않도록 모닝 러닝은 꼭 루틴으로 만들어내고 말 것이다.
수요일은 낙타의 혹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처럼 일주일의 딱 중간에 와 있기 때문에 왠지 더 피곤한 느낌이 든다. 영어로는 '험프데이'라고 불린다.
침대 안의 포근함을 물리치고 오늘도 튀어나왔다. 올림픽공원에서 주로 뛰는데 아침 일찍 뛰다 보면 아침 체조를 하는 어르신들이 눈에 띈다. 한 구간에서는 누룽지 향이 구수하게 풍긴다. 한 그릇 얻어먹고 싶은 냄새다. 노래에 맞춰 체조를 하는 어르신들이 멋지고 귀여우시다. 나도 아침마다 운동하는 할머니가 될 거야.
오늘은 시원한 민소매 티셔츠와 짧은 팬츠를 입고 나왔다. 사람들이 왜 민소매 티셔츠를 입는지 이해했다. (이렇게 시원하다고?) 오늘은 날씨가 선선하다. 날씨의 영향인지 옷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주변의 온도는 그대로인데 나의 운동량에 따라서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갑자기 일상생활 속의 나를 떠올렸다.
나의 감정을 다른 사람의 책임인 것처럼 툴툴거렸던 모습을. 나의 감정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어봤다. '비가 많이 오나' 싶었는데 쨍쨍하다. 비가 내린 후라 더 선선한 기운이 감돈다. 입추가 다가오니 입추 매직이라도 부리는 건가. 구름이 몽글몽글하고 갈비뼈 모양의 성운도 발견했다. 요즘엔 뉴진스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ETA를 듣자마자 그 리듬감이 좋아서 자주 듣는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다 있다니까.
인간은 자기 행동에 타당성을 주기 위해 자꾸만 핑계를 만든다. 피곤하다고, 비가 온다고 또 달리기를 멈췄다. (태풍은 예외! 안전이 우선이니 뛰는 것을 멈추는 게 맞다.)
주말에 푹 쉬고 나서 다시 달렸다. 아침에는 신기하게도 "빨리 나가서 달리고 싶다"라는 말을 했다. 하고 싶은 것을 날씨 탓에 못한다고 핑계를 댔더니 하고 싶다는 동기가 마련된 것이다.
흐리고 울적한 날씨. 달리기에는 오히려 좋다. 오늘은 슬쩍 속도를 내본다. 워낙 설설 뛰던 탓에 티도 나지 않지만 발전하는 나를 보면 기분이 좋다. 점점 기록도 좋아지겠지.
알람이 울리기 1분 전에 일어났다. 알람 없이 일어나다니, 대단한데! 예전 같으면 꽉 채워서(?) 잠을 자지 못한 것이 억울해서 억지로 눈을 다시 감았을 텐데 말이다. 달리기와 글쓰기로 단련되어서 긍정성이 높아진 것일까.
오늘따라 매미 소리가 귀를 때린다. 점점 선선해지는 날씨에 매미는 조바심이 나는 걸까. 제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매미에게 치얼스.
매주 회고를 한다. 이번주 회고를 하면서 24시간 타임 블록을 트래킹 하기 시작했다. 이번주는 하루 1.2시간 정도의 운동을 했던 것으로 통계가 나왔다. 달리기와 걷기를 꾸준히 하자.
점점 피부가 그을리는 것 같은 것은 기분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