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숲으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숲 Apr 21. 2024

명품 숲

약수터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또 숲에 왔다. 이번엔 빛나는 검은 구두를 신은 남자도 같이였다. 람지에게 아몬드를 줬던 여자가 말했다.

“이것 보세요. 다람쥐도 있다고요? 다람쥐야, 이리로 와봐!”

여자가 견과류가 든 비닐을 부시럭 흔들며 람지를 불렀다.

“귀엽네. 주민들이 좋아하겠네요.”

구두를 신은 남자가 말했다. 여자는 흡족하다는 듯 웃으며 덧붙였다.

“그럼요. 저쪽 연못엔 개구리도 있어요. 딱따구리 소리도 제법 울립니다.”

“오,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하네요.”

“그렇죠! 쉽고 편하게만 방문할 수 있으면 되는 겁니다. 지금 탐방객의 열 배도 저는 가능하다고 자신합니다. 등산로 초입에는 상권이 살아나서 지역 경제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구두를 신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유레카를 외치듯 말했다.

“좋습니다! 명품도시 명성에 걸맞는 명품숲을 만들어보자고요!”

같이 온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좋습니다!” 

구두를 신은 남자 옆에 있던 남자가 카메라를 꺼내들며 말했다. 

“시장님, 양 팔을 크게 벌리고 고개를 45도 정도 들어보시겠어요?”

“어, 그래요. 하하.”

찰칵 찰칵

“이번엔 저쪽 큰 나무를 바라보며 손을 뻗어주시죠!”

구두를 신은 남자는 팔을 뻗어 숲 여기저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카메라를 든 남자는 그 모습을 여러 장 찍었다.


며칠 뒤 현수막이 내걸렸다. 

“공사중. 10월, 명품숲이 열립니다.”


명품 숲?

람지는 고개를 갸웃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저트 막걸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