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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숲 Feb 13. 2021

공간

2021.2.13.22:17

나는 공간을 갖고 있다. 아주 넓고 특별한. 어제 손님을 맞느라 단정하게 정리되고 구석구석 먼지까지 모두 털어낸 오늘은 이 공간이 더욱 특별하다. 조금 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설렘이 그 특별함을 증명한다. 4년 전, 벌써 4년이구나. 그 4년 전에 부모님 집을 떠나며 인생에서 다시 없을 혼자만의 삶을 살겠노라 스스로에게 되새겼다. 지금이야 너무도 자연스럽지만 당시만 해도 잘 하는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와서는 하루만에 엄마가 그리워 울었다. 지금은 스스로 생각해도 믿기지 않을만큼 좋은 공간을 만나 멋지게 꾸미고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안락함 속에 늘어지기도, 말할 수 없이 어지럽히기도, 힘겹게 청소하기도, 그렇게 살고 있다. 그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여기서 혼자 사는 시간은. 어쩌면 친구가 방 하나를 차지하러 들어올지 모른다. 너라면 언제든 환영이야! 하는 내게 친구는 빠르면 한 달 뒤라고 말했다.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과 살게 될 수도 있다. 나는 비혼을 '주의'하지 않고, 시스젠더 헤테로니까. 

혼자든, 누구와 함께든, 그게 무엇이든 어떤 공간에 내 몸과 내 삶을 맡기겠지. 살아보지 않은 삶은 이렇게 다가와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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