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기록- 몬주익캐슬에서
내 생각에 나는 백팩을 하나 사야 한다. 아직 올리브유랑 바디 스크럽, 그리고 못 산 옷들.. 다 사야 하는데 캐리어가 당장 터질 것만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맛있는 카를로스의 조식, 그런데 카를로스와 제니의 아들이 무엇 때문인지 꼬장으로 부부의 분위기가 굉장히 싸.. 했다. 이 순간 스페인어가 너무 궁금. 아무튼, 오늘이 이 에어비앤비에서의 마지막 날이기에, 캐리어에 열심히 남은 짐을 욱여넣고 이부자리 정리를 한다. 나는 꼭 호텔이든, 식당이든 내가 처음 온 그 상태로 돌려놓고자 하는 버릇이 있다. 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공중화장실에서 봐온 "머문 자리가 아름다워야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글귀가 머리에 박힌 듯.
카를로스, 제니. 정말 내 집같이 편안히 쉬다 갑니다. 고마워요. 안녕히.
체크아웃 후, 몬주익 성으로 왔는데, 이상하게 날씨가 참 좋았다. 날씨운이 정말로 없는 나에게 이런 날씨가 주어지면.. 괜히 불안한...
몬주익 성은 등산처럼 산길을 따라 올라와야 하기에 멋진 뷰를 자랑한단다. 하지만 내게 뷰는.. 리스본 신트라에서 어메이징 한 뷰를 먼저 본 탓에 포르투와 바르셀로나에서 그를 뛰어넘을 만한 뷰는 못 봤다. 하지만 공기가 참으로 좋구나. 몬주익 성 구석구석 살피며 100퍼센트 이해는 할 수는 없었지만, 곳곳에 있는 그때 그 시절 핍박받던 유대인 아이들의 사진 속 단발머리 까까머리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묵직했다. 그 사진들을 보고 난 후 몬주익 성을 걷는 것은, 보기 전과 느낌이 전혀 달랐다. 땅.. 벽.. 걷고, 또 쓰다듬는다. 그때 그 아이들도 이 길을 걸었을 텐데.
이유도 없이 존재의 이유만으로 숨어 살아야 했던 그들의 삶에 가슴이 참으로 아팠다.
이 높은 곳에서, 푸른바다 그리고 하늘을 보며
사무치게 답답한 그들의 가슴을
치고 또 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