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유럽 돌바닥에서의 기록 2

두 번째 기록- 제발 친해지자 리스본

by 릴리코이

마음껏 늦잠을 잔다고 해놓곤 지금은 아침 7시. 호스트 줄리는 출근을 한 것 같았다. 집주인 줄리는 아마 호주인 or 영국인인 듯 한 백인이다. 늦은 시간에도 웃으며 나를 맞아준 좋은 사람인 것 같은 줄리. 이 집에는 고양이 2마리가 함께 사는데, 자는 동안 한 마리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와 깨어보니 내 배 위에서 꾹꾹이를 하고 있다. 오메 넌 낯도 안 가리니?

얘들아... 거기 내 자리야.....

오늘은 좀 쉬어도 될까 싶다가도 배가 고파 무작정 집 밖을 나왔다. 내가 혼자 이곳에 올 때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도 걱정이 많았다. 너 정말 혼자 괜찮겠어?

당연하지, 나 혼자 하나도 안 무서워!

... 센척해놓고 카페테리아 테라스에 앉은 외국인들 사이에 혼자 못 앉겠다. 서성이다 발길을 돌린다. 지나가는 길에 맥도널드 발견,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구나. 하지만 너랑 밥 안 먹어. 뭔가 지는 것 같단 말이야.. 차라리 슈퍼에 가 식재료를 고른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왠지 모르게 날 쓰담 쓰담해주고 싶다. 너 좀 대단하다? 사온 올리브유, 베이컨, 마늘, 양파로 알리오 올리오. 근데 웬걸, 스파게티는 안 익고 올리브유에 튀겨져서 고무를 질근질근 씹는 게 이것보다는 낫겠다. 가는소금을 못 찾아 굵은소금으로 간을 했는데 소금을 씹는 건지 요리를 먹는 건지. 반을 버리고 다시 밖으로 나온다... 난 아직도 배가 고프다...

올리브유 반병이나 쏟아부었는데.....

날씨는 비가 오고 한국보다 더 추운 것 같다. 겉옷을 하나도 안 챙겨 왔는데.. 새로 사야겠다. 무작정 걷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가장 번화가인 호시우 광장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 낮엔 거리에 사람이 몇 없어 혼자 걷기가 살짝은 무서웠는데 저녁이 되니 사람도 많고, 윙크 찡긋하던 스위트 한 아이스크림 점원 오빠도 만나고 나름 여행 온 느낌이 난다. 허나 난 여유롭게 공원에 앉아서 시와 글을 쓰고 곡을 쓸 계획이었는데.. 너무 추워서 밖엔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오빠, 내일 또 올게요.. 딱 거기 있어요...

줄리는 오늘 하루에 대해 묻는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을 10분의 1도 하지 못했다. 아 언어의 장벽이여.. 슬슬 걱정이 되는구나. 하지만 잘할 수 있어.

그런데 기적이다 밤 10시, 졸리다니.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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