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기록- 유럽 돌바닥아 안녕
혼자 떠나온 만큼, 나는 이 노트와 내 생각을 나눌 거다. 어차피 유심칩도 2기가가 끝. 길을 찾는 용도 아니면 sns도, 한국 뉴스도, 그 누군가와의 연락도 안 하고 나만 오롯이 남고 싶다.
며칠 내내 잠을 자지 않아서, 비행기에서 아주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 아, 지금 이 글을 쓰는 여기는 비행기 안. 24살임에도 유럽에서는 청소년이라고 칭해주는지, 나는 핀란드항공에서 청소년 할인으로 반값에 비행기에 올랐다. 대신 핀란드에서 경유를 5시간 정도 하는데, 난생처음 핀란드도 들려보고 좋지 뭐!
내 옆좌석에는 유럽여행을 하는 노부부가 앉았는데, 거의 70에 가까운 분들이 신데도 두 분이 자유여행을 하신다고 했다. 그분들은 내게 아주 오래된 여행담을 들려주시며 즐거워했다. 그 두 눈에 말씀하시는 곳이 보이는 듯했다. 나도 저렇게 늙을 수 있을까. 그 모습에 마음이 아프리만큼 따뜻했다. 너무나도 정이 많은 신사, 숙녀. 우리 앞 좌석엔 루카스라는 3살 먹은 아가, 세상에나.. 너무 사랑스러웁다. 핀란드인 아빠를 둔 루카스는 한국인 엄마와 아빠를 보러 핀란드를 간다고 했다. 먼길을 가느라 힘들 텐데, 그런 일이 잦은 지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자꾸 자기가 볼일 본 기저귀를 내게 건네주던, 그 비행기 안 그 어떤 것보다도 사랑스러웠던 루카스.
생각보다 짧았던,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던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을 뒤로 한채 핀란드 공항. 유럽 입국심사를 하는데 그곳 유럽 사람들도 나도, 영어를 잘 못해 너무 서툴고 답답함과 동시에 난감한 우리들의 표정이 나는 꾀나 재미있고 즐겁다. 어쨌거나 블라블라 패스를 하고, 공항에서 본 핀란드 첫 느낌은.. 논밭, 한국 시골 같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냄새가 난다. 화장실은 완전 최첨단. 아니, 무슨 손 닦고 나서 휴지가 뽑히질 않아?! 하며 낑낑 대다 결국 쿨한 척 탈탈 손을 털고 나온다. 조금.. 아니 많이 창피.
나는 여기서 촌띄기다.
한국에서부터의 내 예상대로 핀란드에서 유럽 유심칩과 사투를 벌였지만 다행히, 무사히 탈출. 유심칩과 사투 룰 벌일 때 옆에 앉아있던 어떤 유럽인 부부가 알 수 없는 언어로 뭐라 뭐라 하며 초콜릿을 건넸다. 거의 울뻔하다 그 초콜릿에 힘을 낸다. 생각보다 서양인들도 정이 많구나.
핀란드에 올 땐 한숨도 자지 못했는데, 경유 후 리스본으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눈꺼풀이 무진장 쓰라린 느낌과 함께 잠이 쏟아진다. 잠에서 깨어 비행기 창문으로 본 포르투갈은, 지구 표면에 용암이 그득한 것처럼 보였다. 주황 불빛 아니 오렌지색 별들이 바닥에 미친 듯이 수놓아져 있는 느낌. 순간 내가 죽어 지구 위를 떠다니나 생각할 정도로, 그 광경이 기이하고도, 아름다웠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호기롭게 콜택시를 불러볼까? 하고 Taxify 어플을 켜고 기사님을 불렀지만.. 내 영어 발음과 그의 영어 발음은 철저히 달랐고, 30분간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찾아 뱅뱅 돌다 결국 포기, 기사님은 왔던 길을 돌아갔다. 나는 그와의 마지막 통화에 쒀리라는 단어를 한 30번은 한 것 같다. 기사님 미안해요. 기사님의 발음을 못 알아듣겠어. 나는 공항 입구 카페 바로 앞이란 말이에요.... 들어오는 택시를 힘겹게 잡아 어찌어찌 에어비앤비 집 근처에 내렸다. 캐리어는 유럽 돌바닥을 온몸으로 거부하는지 밀리지도 않아 낑낑대며 언덕을 오르는 중 설상가상 우리 집도 못 찾았는데 비가 후드득.. 힘들어 죽겠는데 웃음이 다 났다. 나 씨트콤 찍니..?
밤 11시 반이 돼서야 우리 집을 찾아 호스트 줄리를 만났다. 지금은 별다른 말은 필요 없다. 지금 나는 따땃한 침대에 입성했으니까. 우와 그런데 나 지금 약 안 먹고도 잠이 쏟아진다. 감사하다. 이 모든 것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