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9.
점심으로 먹은 가지네 식당의 닭볶음탕은 맛있다고 소문날 정도는 아니지만, 낙타 사파리를 마치고 편안한 루트탑에서의 여유는 여행자의 행복이다.
미리 예약해 두었던 소피아나 게스트 하우스(Sofiana Guest house)를 찾았다. 자이살메르 요새를 중심으로 형성된 크지 않은 도시이다 보니 맞은편 숙소까지 어려움이 없이 걸어서 도착할 수 있었다. 깨끗하고 넓은 방이 불과 300루피이다. 더구나 루트탑에서는 자이살메르 요새가 한눈에 들어오니 가성비가 최고인 숙소이다. 하지만 마리화나에 찌들어 검게 변한 사장의 치아가 눈에 거슬린다.
자이살메르는 18세기의 중반까지 200년 정도 무굴제국의 통치를 받기도 했지만 실크로드의 중요한 교역로에 위치하고 있어 수 세기 동안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의 상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크게 번성하였었다. 영국 통치에 따른 봄베이 항구의 성장은 자이살메르의 경제 쇠퇴로 이어졌고, 독립과 인도 분할 이후 고대 무역 경로는 완전히 폐쇄되었다. 현재는 파키스탄과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분쟁지역이지만, 매년 50만 명의 여행자들이 찾는다고 한다.
숙소에서 자아살메르 요새(Jaisalmer Fort)의 성문까지는 5분이면 충분하다. 요새는 라자스탄의 다른 5개의 요새와 라자스탄의 언덕 요새(Hill Forts of Rajasan)로 「2013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세계에서 극히 드물게 2,000명 정도가 아직도 요새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생동감이 넘치는 성이다. 1156년 라왈 자이잘(King Rawal Jaisal)에 의해 지어져 지진과 모래 폭풍을 천 년 동안 이겨온 요새는 50km 떨어진 곳에서 보더라도 깎아지른 듯한 황금빛 절벽으로 보인다고 하여, 황금의 요새, 소나르 켈라(Sonar kella)라고 불린다.
높게 솟은 동문을 지나 요새의 안마당인 두세라 초크(Dusshera Chawk)로 가는 길은 다른 요새들처럼 구불구불한 통로로 되어 있다. 하와 폴(Hawa Pol)의 돌로 만든 벤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쉼터가 되었는지 파리가 미끄러질 정도로 만질만질하다.
동서 1km, 남북 1.2km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삼각형 요새의 중심은 두세라 초크이다. 오른편에 솟아있는 웅장한 라지마할(Raj Mahal)은 라자스탄 특유의 건축 스타일인 아름다운 자로카(jharokhas)와 챠트리(Chhatri)로 시선을 끌고 있으며, 정면에는 사암으로 지어진 주택, 게스트하우스, 식당, 기념품 가게, 사원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걸어 다녀야 하기 때문에 기념품 가게 주인들의 계속되는 호객행위에 다소 불편하지만 관광이 주민들의 주된 수입원, 혹은 유일한 수입원이기 때문에 웃음으로 거절하곤 했다. 12세기의 자이나교 사원(Jain Temples)과 15세기의 락슈미 사원(Laxminath Temple)은 문이 닫혀 있다.
하와 폴 위쪽으로 개방되어 있는 포대가 오르니 사막 위에 홀로 솟은 요새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자이푸르나 조드푸르는 먼 산 밑자락까지 빼곡히 건물들로 가득 채워 있었지만, 이곳은 성 주변으로만 둥글게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고 먼 쪽은 황량한 들판이다. 서쪽으로 일몰이 시작되니 황토색 건물들이 황금빛으로 서서히 변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