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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별 Oct 02. 2023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부지런한 정원사

실천8. 꾸준히 운동하기

"엄마, 오늘도 갈 거야?"

"응, 당연하지."

"히잉, 안 가면 안 돼?"

"안돼. 엄마가 건강해야 너희들이랑 오래오래 재미있게 놀지."

"알겠어... 대신 빨리 와야 해!"


엄마껌딱지 둘째 일주일에 세 번 똑같이 나누는 대화이다.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월, 수, 금요일은 저녁 식사 후 레깅스로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는 루틴이다. 1년 넘게 같은 운동을 하다니! 끈기 근성이 부족한 나로서는 꽤 놀라운 일이다.


한 가지를 오래 하지는 못지만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동안 여러 운동을 접해봤다. 아빠가 대학입학 선물로 등록해 대학교 스포츠센터의 새벽 수영강습이 그 시작이었다. 취직 후에 직장 선배를 따라 '여성전용 30분 순환운동'이라는 커브스에 등록해보기도 하고, 직장 근처 스쿼시센터에 등록해서 퇴근길에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는 코스를 만들어 나를 몰아넣기도 했다. 부른 배를 잡고 뒤뚱뒤뚱 걸어서 임산부 요가센터에 다니다가, 아이가 좀 커서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뒤로는 하원시간 전에 매트 필라테스를 수강했. 복직 후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체력이 도저히 따라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두 아이가 잠든 시간을 이용해 개인 PT를 받기도 했다.


처음 점핑을 접한 건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김혜선 씨를 통해서였다. 튼튼한 말벅지와 엄청난 코어힘으로 지치지 않고 점핑을 하는 모습에 반해버렸다. 점핑 운동을 시작한 후로 덩치 큰 아들이랑 허벅지 씨름에서 처음으로 이겼다는 지인의 경험담에 이미 내 지갑은 열릴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하늘의 계시인 듯 마침 집에서 가장 가까운 헬스장에 점핑 프로그램이 개설되었다는 홍보전단지까지 받아 들자 등록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점핑 운동도 이전의 다른 운동들과 마찬가지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 카드고지서로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운 좋게 운동을 시작한 시기의  외적 요소와 내가 느끼는 내적 만족감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편 외벌이빡빡한 살림살이에 큰 마음먹고 결제했으니 낭비하면 안 된다는 현실적인 압박, 흥겨운 음악에 맞춰 아이처럼 트램펄린 위에서 뛰며 땀 흘리는 쾌감, 안일과 돌봄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쓴다는 자유로운 몰입이 빚어내는 삼박자에 제대로 휩쓸린 것다.


다가  수업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서 강사님께서 매번 '에이스'라고 치켜세워주시고, 실제로도 새로 등록한 분들에 비해 동작을 그럭저럭 잘 따라 할 수밖에 없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에는 노래 한두 곡만 지나도 정말 숨이 꼴 넘어갈 것처럼 힘들었는데, 이제는 한 시간 운동이 끝나면 몸은 끈적끈적하지만 마음만은 개운한 기분으로 가득 차서 짜릿할 정도이다. 복근을 만들어 바디프로필을 찍을 계획은 없지만, 적어도 건강검진 질문지를 받아 들고 한 문항만큼은 자신 있게 체크할 수 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땀 흘리는 운동을 하나요?'


"우리 몸은 정원이고, 우리 의지는 정원사이다." 셰익스피어가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알  없지만, [오셀로]에 그는 이런 문장을 남겼다. 다른 심오한 뜻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글귀를 자 그대로 받아들여 원사로서 내 모습을 자주 그려본다. 운동하기 싫은 날이면, 잠시 방치했다가 잡초가 가득해진 우리 집 텃밭을 떠올리고 마음을 추스른다. 그러면 일주일에 두세 번 정원사가 되어 내 몸을 돌보는 일이 고되지만 아름다운 작업으로 느껴진다. 요가, 등산, 러닝, 수영 다양한 도구 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얼마나 매력적인지. 화려한 꽃(말벅지, 복근, 등근육!!)을 피울 가능성은 낮더라도 소박하고 단정한 정원을 계속 가꿔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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