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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C Jan 11. 2019

핀란드의 여유

<핀란드에서 살아남기 - 3화>

핀란드는 참 여유로운 나라다. 특히 한국에 비해서 말이다.

넓은 땅에 적은 인구, 높은 세율에 신뢰도 높은 사복지 시스템은 핀란드 사람들이 여유를 가질 수 있게끔 도와준다. 핀란드 사람들은 이 '신뢰'를 매우 높은 사회적 가치로 산다.


핀란드를 핀란드어로는 Suomi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한국을 '코리아'가 아닌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Suomi에서 'suo-'는 을 뜻하는 만큼 핀란드는 대부분 평지에 작은 언덕들이 있는 지형이다. 북쪽으로 가면 노르웨이의 피요르드에 가까워지며 산 지형이 좀 생기지만, 전반적으로 평평한 땅과 늪지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핀란드에는 18만 개가 넘는 호수들이 있다. 대개 핀란드인들은 여름이나 겨울에 호수 근처 별장에서 사우나를 하고 호수에서 수영을 하며 휴가를 즐기기도 한다.


핀란드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비유해서 설명해보자면 고요하고 넓은 호수 같다. 잔잔한 수면에 넓지만 물속은 어둡고, 고요하지만 고여있는 물이다. 외국인으로서 이 핀란드의 여유에는 좋고 나쁨이 보인다. 처음엔 차분해지는 나의 성격과 맞아서, 막연히 "와, 정말 살기 좋은 나라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디에든 좋고 나쁜 점은 공존한다.


내 생각에 핀란드의 여유에서 나오는 좋은 점

나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많은 것

인종차별이 비교적 적은 것

생활운동을 하기 편한 것

건강하게 사는 게 은근히 비싸지 않은 것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관대한 것

자연친화적인 것

등등 여러 가지 나열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몇몇 안 좋은 점

전반적인 사회의 분위기와 행정처리 같은 것이 느리고 비효율적인 것

그에 따라 나의 생활 패턴도 느려지는 것

외로움

외국인이어서 느끼는 문화적 차이

등등이 있다.


이중에 외로움문화적 차이는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 실제로 이것 때문에 힘들어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한국사회에 좀 더 익숙하고 핀란드는 워낙 성격이 다른 문화이기 때문에, (한국보다) 비효율적인 것이나 느린 상황이 되면 답답하고 뒤쳐지는 느낌에 짜증이 난다. 어떤 때는 한국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나는 너무 천천히 살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모두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여기서도 매일매일 열심히 살겠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 휩쓸리는 듯한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핀란드의 여유로움은 모든 이에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나에게 맞는 여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커피를 별로 마시지 않아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모른다. 차는 좋아하지만 '차 한 잔의 여유'도 모르겠다. 아마도 나에게 여유로움은 열심히 일하고 난 뒤 저녁에 맥주 한 잔일 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영원히 고여있는 물평지보다는 흐르는 시냇물드높은 산맥이 여유롭고 멋져 보인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모두 각자에게 나에게 맞는 여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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