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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C Jan 18. 2019

초고난이도 미션: 핀란드인 친구 만들기

<핀란드에서 살아남기 - 4화>

이곳에 2년 넘게 살면서 나는 핀란드인 친구를 총 4명 만든 것 같다. 

4명도 적은 숫자이지만 4명을 '만들었다'라고 확실하게 이야기를 못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그쪽도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지 몰라서다. 4명 중 한 명은 같은 프로그램의 동기여서 2년간 붙어있으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한 명은 대학교에 Each One Teach One (EOTO)라는 언어교환 프로그램에서 만난 친구로,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고 핀란드어를 배운 친구다.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이 학교의 핀란드인 가족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인 Friendship Family Program을 통해 만난 가족의 엄마둘째 딸이다. 이제까지 만난 3명의 플랫 메이트들도 핀란드인이라서 친구로 생각해볼까 했지만, 아무래도 친구까지는 아닌 듯하다. 이야기나 연락도 자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말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언어를 잘하려면 그 나라에 애인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애인뿐만이 아니라 친구, 친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어를 자주 쓰며 이야기하고, 활동을 하고, 같이 지내면서 문화적인 부분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넘게 핀란드 사람들을 보며 느낀 것은, 전반적으로 매우 소심하다고 느낄 만큼 남을 배려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동기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예시로 하자면, 눈 길에서 넘어져도 그 사람이 119를 부를 만큼 다치지 않는 이상 일으키려 도와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그 사람이 부끄러워할까 봐'라고 했다. 편견일 수도 있고 진실일 수도 있는 핀란드인들의 특징은 Finnish Nightmares라는 만화책(Karoliina Korhonen 저자)에도 잘 묘사가 되어있다. 파란색 모자를 쓴 주인공은 핀란드인인 마띠(Matti)이다.


문 밖을 나가고 싶은데 이웃이 복도에 있을 때 핀란드인은 기다린다고 한다. 어지간히 말 붙이기 싫어서일까. 사실 나도 플랫 메이트와 자주 느꼈던 것이다. 내가 공동구역인 주방에 나와있을 때 주방을 쓰지 않는다거나, 말을 붙일 기회를 쉽게 주지 않는다...



처음 보는 사람과 눈이 맞았을 때 웃으면 무서워하는 핀란드인이다. 물론 무서운 사람이 갑자기 웃으면 두려워할 수도 있지만, 그냥 사람 눈 마주쳐서 웃는 건데! 난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물론 만화책이다 보니 좀 극단적으로 묘사가 되었거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이 생각보다 보편적이어서 핀란드인들과 여러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며 이런 만화에 웃을 수 있다. 실제로 나의 EOTO 친구는 이 만화의 내용이 틀리지 않았다고 자주 말한다. 작가인 까롤리나(Karoliina Korhonen)는 이 Finnish Nightmares 시리즈로 상도 받고, 핀란드인들로부터도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투성이라고 생각해보면 누구든지 답답해하지 않을까? 친해지기 어렵다는 것이 변명이 아니라고 나도 소심하게나마 꼭 표현하고 싶었다. 이곳에서 아직도 진행 중인 초고난이도 미션이 바로 핀란드인 친구 만들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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