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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C Jan 06. 2019

오로라: 여우의 불

<핀란드에서 살아남기 - 2화>

핀란드에서는 오로라를 revontuli라고 부르는데, 이는 '여우의 불'로 해석할 수 있다. 핀란드 옛 전설에 따르면 오로라는 북극에 사는 여우가 꼬리로 불꽃을 내어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리 휘고 저리 휘며 하늘에서 신비한 빛을 내는 오로라는 여우의 마법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요즘엔 기술의 발달로 볼 수 있는지 없는지 예측도 가능하니 마법을 부리는 여우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걸 알지만,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멍 때리며 보게 되는 것이 바로 오로라다.


불꽃이란 위험하다. 생각해보면 촛불도 뭔가 아름답고 예쁘다고 생각해서 움직이지 않고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바라본 적이 있다. 벽난로의 불도 그렇다. 나무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불꽃을 보면 넋이 나간채로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나는 운이 좋게도 오로라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여행을 친구들과 했다. 작년 3월에 오로라를 예측하는 사이트에서 오로라 지수가 높아지는 것을 보고 여행을 계획했다. 정말 운이 좋게도 흔치 않은 오로라 폭풍이 올 때 간 것이라 정말 멋진 사진을 찍고 잊지 못할 경험을 했었다. 다음 나오는 사진들은 같이 간 사람이 열심히 찍어준 오로라 여행의 사진이다.



첫날 Pello라는 곳의 숙소에 도착했을 때, 숙소 주인이 방을 보여주며 오늘은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으니 오로라가 나오면 알려주겠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우리가 짐을 풀며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오로라다! 얼른 나와봐!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하늘에 길게 난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처음 본 오로라는 그냥 긴 구름인가, 싶었을 때쯤 이리저리 흔들리며 빛을 내었다. 

우리는 계속 변하는 오로라의 모양을 따라 하늘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눈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쏟아질 듯 빛나는 별들을 배경으로 계속 우아하게 움직이는 오로라를 바쁘게 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밖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있어 발이 꽁꽁 얼었을 때쯤, 눈 바닥에 한 번 누워보았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한 번에 담을 수 없는 두 눈이 원망스러웠다. 

하늘에 박힌 수많은 별들. 그 사이를 지나고, 덮고, 바삐 움직이는 오로라.

등이 시릴 때쯤엔 따뜻한 숙소로 돌아가 몸을 녹였고 다시 또 그 광경이 보고 싶어 나가서 누웠다.

강했던 오로라 빛이 점점 약해지면 하늘의 별들을 보았고, 다시 슬쩍 오로라가 나오면 멍하니 오로라를 쫓았다.

저녁 8시쯤부터 새벽 2시 넘게 숙소와 밖을 왔다 갔다 하며 오로라가 있는지 체크하고 감상을 했다.


새벽 한 시였을까, 새벽 두 시였을까. 혼자 숙소를 다시 나와 눈 바닥에 누우러 걸어가고 있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나와 자연뿐이다. 오로라는 폭풍운처럼 움직이지만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다. 주변은 하얗게 눈에 덮이고 하늘은 반짝인다. 조용하게 누워있으면 마치 온 우주에 나만 혼자 존재하는 느낌이 든다. 처음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 고요함이 무섭다가 점점 안정이 찾아온다. 나의 차분한 숨소리를 들으며 푹신한 눈밭에서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본다.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매우 귀중한 시간임을 인식한다. 다시는 이런 경험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슬퍼지다가도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자연에, 마술을 부리는 여우에게 빠져 그저 멍하니 즐긴다.



핀란드의 겨울은 미친 듯이 추운 것을 탓하다가도 감성에 푹 빠지게 된다. 과거와 미래, 그리고 다른 것이 아닌 현재의 나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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