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를 주문했다. 빼빼로데이날 아침에 가족들에게 주려고 늦지 않게 주문했다. 내가 주문한 빼빼로는 주문 폭주로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다행히 빼빼로데이 이틀 전에 우리 집에 도착했다. 누가 볼세라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공간에 빼빼로를 숨겨 두고 빼빼로데이날 아침에 가만히 식탁에 놓아두었다.
빼빼로데이 전 날, 두 아들은 여자친구에게 줄 빼빼로를 사러 나갔다. 몇 개를 살 것인지, 무얼 살 것인지 얘기하며 사이좋게 나갔다. 그 모습이 예뻐 보이다가도 잠깐 서글펐다. 아들들의 머릿속에는 '엄마에게도 빼빼로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만들어진 빼빼로는 맛이 이상한 경우도 있으니 롯O 빼빼로를 사라고 말한다.
"그래 좋을 때다, 좋을 때지."
식탁에 가만히 앉아 휴대폰 속 사진을 정리했다. 게으른 내 휴대폰 속에는 다행히 둘째의 사춘기가 막 시작됐던 시기부터의 사진이 들어있다. 3년 전일 것이다.
눈이 왔다고 같이 눈을 즐기러 나간 사진, 썰매를 들고 미끄럼틀 위로 올라가 무서운 속도로 내려오며 바닥을 구르는 영상 등 우리의 다정했던(?) 한 때가 담겨 있다. 이때는 위험한 행동 한다고 둘째를 혼냈던 것 같다. 이때는 이런 대화라도 했구나. 이런 대화가 가능했구나.
사진을 쭉 올리다 보니 둘째와 마지막으로 단둘이 즉석떡볶이를 먹으러 간 사진이 보인다. 그때는 이날이 마지막인 줄 몰랐다.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시절 말이다. 이날 아마 회사 앞에서 만나기로 해 놓고 둘째가 늦게 왔을 거다. 난 늦게 왔으니 둘만의 데이트는 없던 것으로 하자며 튕겼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감히(?)라는 생각이 드는 행동을 내가 했었다.
나의 대스타 시절은 끝났다. 멋지게 내려와야 하는데, 쿨한 척 버티고 있다. 스스로 대스타였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다. 그때 더 즐길걸...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인데...
요즘은 둘째가 말을 걸어주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둘째는 언젠가부터 내 곁에 잘 오지도 않고, 내 눈 앞에 보이지도 않는다. 한집에 있지만 도무지 둘째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거 외엔 방에서 나올 줄을 모른다. 밥을 차려놔도 잘 먹지 않는다. 알아서 먹겠다는 말만 할 뿐.
"엄마 배고파요, 밥 주세요."
이 말을 들은 날이면 하루가 정말 행복하다. 마음이 벅차오르고 고민이 사라진다. 진짜 엄마 맞는데도, 진짜 엄마가 된 것 같다. 스스로 쿨한 엄마라고 다독이지만, 난 역시 그냥 엄마일 뿐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