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연지 Jan 06. 2019

[4.5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술자리

술찌


 몇 년째 삼겹살 무한 리필집을 전전하던 우리가 처음으로 이태원에서 만난 날이었다.

2017년 연말, 10명 남짓한 인원이 송년회 겸 모였다. 타코로 간단히 배를 채운 뒤 2차로 분위기 좋은 와인집을 갔다. 역시 취하지도 않았지만 와인과 연말 분위기에 휩쓸려 기분이 좋아져버린 나는 별안간 진행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애들에게 2018년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내년엔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냐고. 이렇게 말하면 이뤄지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사실 큰 기대는 안 하고 던진 질문이었는데 애들은 의외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서로 답할 차례를 미뤄가면서까지. 그렇게 하나둘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 ‘일을 잘 하고 싶다’ 등 뻔하지만 소중한, 결코 쉽지 않은 목표들이 나왔다. 그러다 꽤 고민한 듯한 한 친구의 입에서 뜻밖의 목표가 나왔다.

 

  “사는 이유를 알고 싶어.

   그리고 진짜 행복하다고 느껴봤으면 좋겠어”

 

나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마지막 친구의 대답까지 다 듣고 나는 마음속으로 우리의 목표가 이뤄지길 간절히 빌었다. 

특히 사는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한 친구는 꼭. 2018년에 다 알지 못하더라도 매년 조금씩이라도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끔씩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 술자리의, 그 친구의, 그 목표.

매거진의 이전글 [17도] 첫 데이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