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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n 10. 2024

곧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두려움에 관련한 그림책.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 앞서 걱정하게 되면 두려움의 크기를 더 크게 만들어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그림책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아이가 사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자의 방에 들어갔다. 사자의 방에는 사자는 없고 생쥐가 자고 있었다. 생쥐는 소년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달아나버렸다. 사자의 방을 구경하고 있던 소년은 곧 소리가 들리자 사자가 오는 줄 알고 침대밑으로 숨었다. 그러나 방으로 들어왔던 건 사자가 아닌 다른 소년이었다. 그 다른 소년도 사자의 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소리가 들리자 사자가 오는 줄 알고 두려움에 천장 위의 전등에 숨었다. 그러나 들어왔던 건 사자가 아닌 다른 소녀였다. 소녀도 사자의 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소리가 들리자 사자일까 싶어 양탄자 밑으로 숨었다. 그러나 사자가 아닌 개였다. 개도 사자의 방을 한 바퀴 둘러보고 있었는데 소리가 들렸다. 개는 사자가 오는 건가 싶어 무서워서 재빨리 거울뒤로 숨었다. 그러나 사자가 아닌 새 무리가 날아들어왔다. 새 무리는 사자의 방을 구경하다가 소리를 듣고 무서워서 커튼 뒤로 숨었는데 진짜로 사자가 나타났다. 다들 겁에 질려있었다. 숨을 죽인 채 각자의 자리에 있었는데 사자는 자신의 방 안에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방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 것 같았다. 그리고 또다시 문밖에서 소리가 났다. 그런데 사자조차 무서움에 몸을 웅크린 채 이불속으로 숨었다. 그때 생쥐가 돌아왔다. 생쥐는 방을 둘러봤는데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방안이 고요하자 자신만 있는 줄 알았던 생쥐는 이불 위에서 잠들었다.


실은 방안에는 많은 것들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눈에 아무것도 안 보이자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생쥐가 오히려 편안하게 잠든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두려움이란 정말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걸 보여주는 그림책이었다. 각자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하는 걸 보여주었다. 또한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은 동물의 왕 사자조차도 실은 자신의 방에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무서워 벌벌 떨었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숨어있던 소년, 소녀와 각종 동물들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변해가는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었던 그림책이었다. 이 그림책을 보다 보니 상호텍스트로 얼마나 무서워하고 두려움을 느끼느냐에 따라 검정개는 커 보일 수도, 작아 보일 수도 있는 <블랙독>이라는 그림책이 생각이 났다. 모두 다 검정개를 무서워했지만 막내만은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러자 엄청나게 컸던 검은 개 블랙독은 강아지처럼 작아져있었다.


무엇인지 보지도 않고 단순히 소리만 들었을 때 더 두려움이 극대화 됐지만 생각하고 걱정했던 거에 비해 실제로는 그 대상이 덜 무서울 수도 있다. 앞서 걱정하는 것보다 일단은 경험을 먼저 해봤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니 앞날을 걱정하기보다는 일단 도전해 보자는 생각도 들게 했던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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