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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Sep 26. 2024

산이 웃었다

원래 등산을 좋아했다. 잠시 등산과 소원해졌었다가 다시 등산을 미친 듯이 좋아하게 되었다. 등산을 좋아하는 내가 <산이 웃었다>라는 제목만 보고 이 그림책을 덜컥 사버렸다. 요즘 나는 산과 친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산에 다녀왔다. 내용이 궁금했다. 책을 펼쳤다.


주인공 아가타는 도시에 살고 있고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보고 있었다. 아빠는 그런 아가타에게 캠핑을 가야 한다고 했다. 아가타는 가기 싫다고 가볍게 반항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캠핑장에 가야 했다. 캠핑장 가는 버스 안에서 다른 친구들은 즐겁게 놀이도 하면서 왁자지껄 시끄러웠다. 아가타만 조용했다. 아가타는 싫었다. 캠핑장에 드디어 도착을 했다. 함께 도착한 친구들은 익숙한 듯 너도나도 텐트 칠 준비를 하고 물에 발을 담그고 놀기도 했다. 그렇게 아가타는 돌멩이 위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그러다가 발아래 솔방울이 보여 솔방울을 발로 찼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솔방울을 따라갔다. 그러면서 돌부리를 넘고 언덕을 건넜다. 아가타는 캠핑장에서 멀리 떨어지고 힘들어지자 갑자기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뭐든 부서 버리고 싶었다. 캠핑오기 전에 아빠가 줬던 조약돌을 산아래 던져버렸다. 그래도 화는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때 바람이 아가타를 휩쓸고 갔다. 아가타는 산 아래 떨어졌다.


아가타는 푹신한 이끼 위로 떨어져 심하게 다치지 않았다. 아가타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무슨 소리가 났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장난을 치는 것 같았던 아가타는 산을 향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아가타는 위를 쳐다보았다. 산이 꼭 큰소리로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아가타는 이게 무슨 일일까 싶었다. 그리고 그제야 산에 바닥에 엎드려 산을 진심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땅속에는 뭐가 있을까?


아가타는 산이 걸어주는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산에 엎드려 땅속의 소리를 들었다. 비로소 마음이 평온해지고 기뻤다. 야영장을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느꼈다. 그 길이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는지 모르겠다. 평온했다. 그렇게 야영장 길을 찾아가면서 산에 있는 다양한 곤충 친구들, 자연 친구들 보면서 가는데 그중 딱정벌레친구들이 길을 가다가 멈췄다. 바로 아빠가 줬던 조약돌이었다. 이 조약돌을 다시 주워다가 가슴에 걸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야영장을 찾아가는 길은 기쁨으로 가득했다. 그때 야영장에서의 한 아이를 만났다.


“너 어디 갔었니? 없어진 줄 알았잖아, 너 혼날 수도 있어, 갑자기 사라지면 어떡해 “


아이와 함께 걸었다. 야영장에 도착을 했다. 친구들이 너도나도 걱정을 해주었다. 어두워졌다. 모닥불이 켜졌다. 너도나도 아가타의 모험 이야기를 들었다. 산을 싫어했던 아가타가 산에 푹 빠지게 된 모험이야기 말이었다. 친구들에게 신나서 했던 모험이야기. 조금 시간이 지나자 친구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고, 아가타도 늦은 밤이 되자 잠자리에 들러갔다. 산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산을 너무나 싫어했던 아가타. 그런 아가타가 산을 좋아하게 되기까지의 모험담을 그린 내용의 그림책이었다. 이 책의 아가타를 보면서 어떠한 일이든 겁내지 않고 일단 도전을 해보고, 시도를 해보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솔방울을 발로 찼고, 조약돌을 땅에 던졌던 것이 어찌 보면 산을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된 걸 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싫고 어려운 일이라도 직접 맞닥뜨리게 되면 아가타처럼 좋아지게 될 수도 있는 거니깐 말이다.


요즘 산에 오르면, 어떤 산을 오르던지 산이 나에게

“어서 와, 왔어?”라고 말을 걸어주는 것만 같다. 산이 반겨주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 여기저기서 나는 흙과 나무 냄새, 졸졸졸 시냇물소리 등을 맡으면 절로 웃음이 난다. 또 어느 순간에 산을 오르고, 정상을 오르면 다 올랐다는 성취감에 생기는 자신감들덕에 등산을 하고 나면 한 뼘 더 성장해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눈을 뜨자 아가타는 훌쩍 자란 것 같았어요.”


산은 그렇게 계속 웃고 있다.

나를 향해, 우리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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