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책은 사랑에 빠진 아들 준이가 엄마아빠의 결혼이야기가 궁금해 책장에서 두꺼운 앨범을 하나 꺼내와 펼쳐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엄마 아빠의 결혼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아이의 모습이 참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두꺼운 앨범 속에는 엄마아빠의 첫 만남에서부터 데이트하는 모습,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 결혼하기 전 프러포즈하는 모습과 결혼식날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결혼은 사랑해서 하는 거야 “
엄마와 아빠는 서로 사랑했고,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어 결혼을 했다고 했다. 어느 커플이 그러하듯 결혼식을 준비하는 기간은 바빴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내용들이 나와 공감이 많이 됐었다. 결혼식을 할 예식장도 예약을 해야 했고, 결혼식을 한 후 함께 살 집도 구해야 했으며 결혼식에 지인들을 초대하기 위해 초대장인 청첩장도 만들어야 했다. 서로의 증표인 반지도 나눠 끼고 결혼식장에서 입을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도 시간을 갖고 여러 번 입어보며 고민해야 했다.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결혼.
나 또한 이제 어느덧 결혼한 지 횃수로 7년 차가 되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항상 좋았던 순간들만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남편을 처음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기까지의 과정들이 다 이 책을 보면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결혼식 전날 어떻게든 일찍 일어나야 해서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보려 했으나 잠을 못 이뤘었던 나, 결혼식 당일날 가장 예쁜 신부, 가장 멋진 신랑이 되기 위해 남편과 새벽부터 화장을 하고, 몇 달 전부터 골랐던 드레스를 입었었다. 드레스도 3군데를 가서 열 벌도 넘는 드레스를 입었었던 그 고충도 역시 이 책에 나와있었다.
나는 내 결혼식날이 참 생생히 떠오른다. 그날 그 해의 첫눈이 내렸었다. 결혼식에 찾아왔던 하객들이 다 이야기했었다.
”저 부부는 분명 잘 살 거야. 얼마나 잘 살려고 눈이 펑펑 내리네? “
자존심이 센 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행복한 날, 좋은 날 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 슬펐지만 더욱더 억지로라도 계속 웃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결혼식 이후에 결혼식날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혼식이 얼마나 좋았으면, 결혼식 내내 싱글벙글이었어? “
물론 결혼식 당일 행복했다. 행복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다. 이 책에서처럼 남편을 사랑했고, 남편을 매일 보고 싶었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미래를 잘 그려나갈 수 있겠다란 생각에 결혼을 했던 것도 맞았다. 그런데 결혼을 해서 살다 보니 어쩌다 부모가 되다 보니 삐그덕 거리기 시작한 우리 부부. 그런 우리 부부에게 이 책은 보면서 처음 결혼할 때의 그 마음, 초심을 다시 되돌리라고 알려주는 그림책이었다
우리 아이는 이 책의 준이처럼 아직 우리의 결혼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우리의 결혼을 궁금해할 때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우리의 결혼앨범도 꺼내서 함께 보며 결혼준비과정과 결혼식 때의 일을 회상하면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오겠지? 함께 추억을 꺼내보게 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