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책은 아이를 낳은 우리 부부에게 출판사를 다니는 남편의 소꿉친구가 선물로 준 그림책 중 하나였다. 처음에 받았을 때는 그림책 자체가 얇고 별 내용이 없는 것 같아 그냥 책장에 처박아두고 보지 않았던 그림책이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본격적으로 읽어주기 시작한 몇 달 전부터 쉽고 간결한 그림책을 책장에서 찾아보다가 견과류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친숙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생각나서 이 책을 다시 꺼내게 되었다.
<<도토리랑 콩콩>> 제대로 각 잡고(?) 보니까 새로웠다. 일단 이 책을 만드신 작가님의 배경지식을 알게 되니 같은 엄마로서 더 마음이 짠했다. 위암말기였고, 이 책은 마지막 작품이었다고 들었다. 이 책의 속표지에 보면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사랑하는 건오에게”라는 문구가 더욱더 마음을 울렸다. 아이를 두고 가야 하는,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자라나길 바라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엄마의 마음이 이 얇은 책 속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책은 도토리가 주인공이고 도토리를 중심으로 다른 견과류 친구들이 나온다. 우직한 아몬드는 도토리의 무거운 가방을 거뜬히 들어주고 짝꿍 캐슈넛은 왕밤선생님이 도토리를 칭찬하면 박수를 쳐준다. 쌀이는 점심시간에 오이를 먹어주기도 하고 열매반 호두랑은 놀이터에서 신나게 논다. 마카다미아는 도토리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문안을 와줬다. 좋아하는 여자친구인 땅콩이 앞에선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기도 한다. 이처럼 친구들과 이렇게 좋은 일만 있을 순 없는 법. 도토리는 친구 강낭콩의 장난감을 실수로 부숴버린다. 친구 강낭콩은 장난감이 부서진 걸 보고 슬퍼서 울었다. 그런데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한 도토리도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만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떨어져 있으면 생각나는 친구”
마침내 도토리는 강낭콩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표현하며 끝이 난다. 친구란 재밌고 좋을 때도 있지만, 항상 좋을 수만은 없고 안 좋은 일이 생겼더라도 ”미안해, 고마워 “ 이 한마디로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사이라는 걸 말해주는 사회성과 관계라는 개념을 쉽게 알려줄 수 있는 그림책이라 아직 사회성 발달이 약한 아들에게 글로나마 친구의 개념을 알려줄 수 있어 좋았던 책이었다.
이 책이 내게 남다른 이유는 그림책을 보자마자 울면서 덮어버리기 일쑤였던 아들이 처음으로 마음의 문을 연 그림책이다. “도토리랑”이라고 내가 먼저 외치면 “오오(콩콩)”이라고 말해주는 아들.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뜨면 이 그림책부터 찾아 책장을 넘기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하루 일과를 마치는 잠자리 독서를 할 때도 어김없이 이 그림책부터 읽어달라고 한다. 요즘에는 본인이 먼저 이 그림책을 탐색하고 그다음에 읽어달라고 한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떨어져 있으면 생각나는”이라고 읽어주면 서툰 발음으로 “친구”라고 이야기해 주는 아들. 아직 친구와 노는 게 서툴고 부끄러운 아들이지만 이 책을 통해 친구의 의미에 대해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어쩌면 발달이 느려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서툰 아들이 친구들과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책으로나마 보는 건 아닐까 싶어 더 마음이 가는 그런 그림책이다. 어느덧 아들의 반려책이 되어버린 <<도토리랑 콩콩>>. 그래서 그런지 나도 이 얇은 그림책이 너무 좋다.